[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확률형(뽑기형) 게임 아이템이 재차 도마에 올랐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아이템 획득 확률과 기간 관련된 정보를 허위로 표시하거나 거짓, 기만적인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한 행위 등으로 3개 게임사에 시정명령과 과태료·과징금을 매겼다. 업체에선 “해석의 차이가 있다”며 행정소송 검토 입장을 보이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 제재에 대한 게임업체 입장대로 ‘해석의 차이’는 업체와 소비자 간 관계에도 적용된다. 업체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다지만 다소 두루뭉술하게 표시된 정보로 소비자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해석의 차이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불만을 커뮤니티 게시 글로 올렸고 공정위가 논란이 된 사안을 직권조사해 이번 결과가 나왔다.
수년전으로 되돌아가보자. 당시 게임물등급위원회(현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게임업계 뽑기 아이템 확률에 대한 조사를 시도했지만 업체들은 ‘영업비밀’, ‘대외비’란 이유로 자료를 넘기지도 않았고, 관련 회의에도 불참해 시작부터 흐지부지된 바 있다. 업체들은 ‘민간의 비즈니스 모델에 왜 간섭하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랬던 업체들이 이제 개별 아이템 확률까지 공개하기 시작했으니 지난 몇 년간 장족의 발전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게임업체들이 원했던 변화는 아니다. 업체들의 태도가 변한 주된 이유는 국회의 강제적 규제 시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국회의 규제 시도에 뜨끔했던 업계는 ‘아이템 확률을 공개하겠다’며 자율규제 프레임으로 맞섰고 지금의 변화가 찾아왔다.
업계는 처음에 ‘찔끔 대책’을 내놨다. 이용자가 원하는 개별 아이템 확률이 아닌 구간별 확률을 공개한 것이다. 1% 미만, 1~10% 미만, 10~40% 미만 이런 식이다. 아이템 확률을 보다 구체적으로 공개하면 ‘영업 노하우가 공개된다’는 것이 당시 업체들의 논리였다.
그렇지만 업계 내에서 아이템 확률을 공개하는 바람에 ‘매출이 떨어졌다’, ‘영업 노하우가 유출됐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업체들의 대응 논리가 바닥을 드러낸 셈이 됐다. 영업비밀, 영업노하우 유출 우려는 지금의 아이템 정보 공개 방식이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한참 발전한 뒤에나 꺼낼 수 있는 논리다.
이번 공정위 제재를 보면서 업체들이 소비자가 오인하지 않도록 정확한 확률 정보를 제공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애초 개별 아이템 확률을 공개했으면 논란이 되지 않을 법한 사례들이 많다. 결국 업계의 찔끔 대책이 부메랑이 돼 화를 불렀다고 볼 수 있다.
게임 관련 커뮤니티를 보면 업체가 개별 아이템을 공개해도 그것을 믿을 수 있냐는 비판이 제기되곤 한다. 거짓 확률을 올려놓을까 하는 의심 때문인데, 이것을 순전히 소비자들의 지레 짐작이나 설레발로만 볼 수 있을까. 이번 기회에 업계가 그동안 신뢰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탓은 아닐까 짚고 넘어가는 것도 좋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