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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끓는 반·디 장비업계, '자사주 매입' 등 주주친화 정책에도 시장은 '덤덤'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들이 주주 친화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고점 논란과 디스플레이 업황 악화가 겹치면서 올해 들어 주가가 투자자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반도체·디스플레이 굴기가 가속화되면서 장비업체들이 준수한 실적을 기록하기도 하나, 이 경우에도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주식시장에서 아직 중국발 수혜가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 대표는 “정부가 주주권리 정책을 강화함에 따라 재계에서도 여러 회사가 주주 친화적 정책을 도입하려 한다”라며 “투자자들도 주주 친화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장비업체들은 ‘주주 달래기’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 등 주주 친화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 같은 주주 가치 제고 움직임이 반드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회사의 책임 경영 및 주가 관리 의지가 전해져 투자자 이탈 방지 등 효과가 뒤따를 수 있다.

지난 6월 LCD(액정표시장치)·반도체용 특수가스 업체 SK머티리얼즈(대표 장용호)는 자사주 53만주를 911억6000만원에 장내 취득하기로 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주가 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다.

현재 SK머티리얼즈 주가는 작년 11월 고점과 단순 비교하면 20% 가까이 하락한 수준이다. 그러나 올해 5~6월부터 주가는 완만한 상승세를 탔다. 16일 종가는 17만1000원이다. 자사주 매입 발표 후 글로벌 투자기관 크레딧 스위스(CS)는 “점진적인 배당 증가와 함께 전체적인 주주환원수익률이 매력적”이라며 올해 하반기 이익 모멘텀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장비업체 한미반도체(대표 곽동신)는 지난달 2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635만8210주에 달하는 주식을 소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당시 8000원대였던 주가는 7월 한때 1만원대를 넘기도 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달 30일 중국 반도체 고객사의 주문 증가로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 영업이익이 각각 1251억원, 3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4%, 38.8%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후 차익실현 매물 출회 등 영향으로 8월 주가는 다소 하락세였다. 주식 소각 예정일(16일)을 앞둔 14일 주가는 전일 대비 3.77% 상승하는 등 기대감이 오르나 싶더니 정작 16일엔 1.31% 하락해 아쉬움을 남겼다.

LCD 검사장비 제조업체 HB테크놀러지(대표 문성준)는 지난달 11일 SK증권과 2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다. 작년 11월까지만 해도 5000원대였던 주가는 7월 초까지 계속 하락해 2000원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 공시가 나온 이후 주가는 완만히 상승해 8월 초 3000원대까지 올랐다.

디스플레이·반도체 장비업체 에스에프에이(대표 김영민)는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에서 진행한 IR을 통해 주가 저평가를 해소하고 주가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자사주 신탁 계약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에스에프에이는 지난 5월과 7월 각각 500억원, 2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NH투자증권과 체결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기존 2건(700억원 규모)에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신탁 계약을 추가해 총 1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펀드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필요 시 자사주 소각도 고려할 방침이다.

IR을 통해 김영민 대표는 “우리 회사 주가가 굉장히 저평가 돼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메이저 장비 상장사는 일반적으로 12~15배 수준인데 비해, 우리 PER(주가수익비율)은 7배 수준으로 지나치게 낮다”라며 “설립 이후 한 해도 적자난 적이 없고 계속 성장하고 있으며 해외 사업 비중도 늘고 있는 데 반해 PER이 너무 낮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김 대표는 “주주 친화 정책을 강화할 계획이다. 주가의 상대적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자사주 매입을 지속할 것”이라며 “어제(13일) 이사회 승인을 받아 500억원의 규모의 자사주 펀드를 추가 개설했다. 기존 2건과 합쳐 1200억원 규모다. 1200억원 수준이면 현재 주가 수준으로 총 주식 수 대비 약 8~9% 정도의 주식을 자사주로 매입할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과거에는 자사주를 임직원 보너스로 주거나 필요시 시장에 매각했었는데 향후에는 가급적 시장 매각은 진행하지 않을 계획이다. 자사주 펀드에서 매입한 주식은 보유하거나 주주가 원하는 등 필요할 경우 소각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배당 정책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과거 회사 순이익 대비 배당 비중이 20~25% 정도였는데 조금 더 확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상장 예정인 회사가 이미 배당계획을 세워놓은 경우도 있다. 오는 23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반도체 식각장비(Etcher) 업체 에이피티씨(APTC, 대표 김남헌) 관계자는 지난 7일 IR을 통해 “아직 한 번도 배당을 안했다”라며 “최종 결정 사항은 아니지만 내년 3월에 배당을 많이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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