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지난 2007년 황유미 씨가 사망하면서 촉발된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직업병 다툼이 해결 방안을 찾았다.
지난 18일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가 제안한 ‘중재’ 방식을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22일 수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끌어온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논란을 마무리하기 위해 조정위가 꺼낸 중재 카드는 일종의 강제성을 가진다. 조정위가 양 당사자의 주장을 듣고 조정안을 제시하고 이를 수락 또는 거부할지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후 중재 결정을 내리면, 양 당사자는 이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
조정위는 9월 말에서 10월 초까지 중재안을 마련하고 발표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르면 10월에는 이해관계자에 대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을 전망이다. 문제는 중재안에 포함된 ▲질병 보상 방안 ▲반올림 피해자 보상 ▲삼성의 사과 ▲반올림 농성 해제 ▲재발 방지 및 사회공헌에 대한 내용 자체다.
핵심 쟁점은 사과, 보상 그리고 사회공헌이다. 재발 방지와 같은 예방책은 이미 옴부즈맨 위원회를 통해 진행되고 있고 사과, 보상은 삼성전자가 이미 진행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14년 당시 대표이사인 권오현 부회장이 언론 앞에서 사과했다. 이후에도 보상을 받은 피해자를 만나 사과문을 전달했다.
하지만 반올림은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이 아니라며 반발했다. 2015년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벌어진 농성의 시작이다. 빠른 보상을 요구했으나 반올림의 무리한 행보에 지친 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 반올림에서 분리한 피해자 모임)와의 갈등이 겹치면서 엉킨 실타래가 풀리기가 요원한 상황이다.
사회공헌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중재안이 나오면 어느 한쪽이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반올림은 과거에도 삼성전자 순이익의 0.05%를 매년 외부 사단법인에 기부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했다. 연간으로 약 100억원 정도에 달한다. 민간기업에 과도한 사회적 책임을 지우는 것에 대한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조정위의 김지형 위원장을 비롯해 조정위원들은 중립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여러 차례 만들었다. 초법적 권고안을 제시하는 등 오히려 새로운 갈등을 부추길 수도 있다. 조정위가 한쪽 주장을 대변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면 중재의 ‘판’이 깨지는 것은 당연하다.
한편, 조정위는 이번 중재까지 거부되면 공식적으로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는 등 배수의 진을 쳤다. 김지형 위원장은 “단순히 삼성전자와 반올림간의 사적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며 “지금은 문제를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모두가 인내심을 가지고 조용히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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