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자연스럽게 향후 행보에 눈길이 끌린다. 삼성전자에서는 일부 유죄가 인정됐고 대법원까지 상고를 고려해 당장 경영일선 복귀는 어렵다는 견해지만, 옥중에서 사장단과 임원인사를 비롯해 주주환원 정책 및 액면분할과 같은 굵직한 사안을 살뜰히 챙겨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영 정상화는 시간문제나 다름없다.
첫 번째 현안은 반도체 호황 이후의 대처다. D램, 낸드플래시 중심의 반도체 호황이 수요보다는 공급이 부족해서 발생했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대단히 공격적이어서 2019년 이후를 내다봐야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3조4000억원에 달하는 설비투자(CAPEX)를 집행했으나, 올해는 규모가 상당히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서 애플 아이폰 텐(X) 등 전방산업 수요가 부진하고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하면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적용분야) 발굴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확신이 설 때까지 쉽게 지갑을 열지 않을 게 분명하다.
반도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집행될 투자 가운데 큰 비중이 생산량 확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안 공장 2기 투자 일부는 집행된 상태다. 3년 동안 7조8000억원 정도이니 앞으로 5조원 정도가 남아있다. 시장지배력, 철저한 선행 준비라는 큰 명제로 움직이는 삼성전자의 설비투자 관행을 고려했을 때, 일단 올해는 보수적으로 움직이면서 시장을 자세히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통이 큰’ 투자는 기대하기 어렵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신수종 사업과 관련된 투자가 그나마 기대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시장은 메모리 반도체와 비교해 양적인 성장이 당장 이뤄지기는 어렵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비한, 전혀 새로운 방향성이 나와야 투자도 함께 뒤따르기 마련이다.
◆SSIC 통해 美 스타트업 인수 집중할 듯=어떻게 보면 전방산업이 골치다. 이미 프린터 사업은 HP에 매각했고 카메라는 접었다. 남아있는 제품 가운데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정리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당장은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고 있는 PC가 위태롭지만,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빚고 있는 생활가전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매각보다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움직이겠지만 그것만으로도 부담이다. 일단 미국에 공장을 세웠으니 당분간 지켜보고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TV도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양으로 대결하는 시대는 저물었다. 철저하게 수익성 위주로 움직여야 한다. QLED와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카드를 어떻게 활용하고 의미 있는 결과가 필요하다. 의료는 삼성메디슨과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와의 합병이 유력한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다. 어느 분야라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시너지가 필수적이다. 당연히 신속한 대응하면서 조직운영 효율이 필수적이다.
스마트 기기는 사업개발(Business Development. BD)과 협업이 활발할 것으로 예측된다.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산하의 미국 삼성전략혁신센터(SSIC)가 핵심이다. 당장은 인수합병(M&A)으로 돌파구를 찾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SSIC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와 관련된 부품, 소재, 소프트웨어 분야의 M&A를 위해 11억달러(약 1조1900억원)의 벤처기금이 적립되어 있다. 이 부회장의 경영일선 복귀를 위한 분위기 환기 차원에서도 충분히 고려해볼만한 카드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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