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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가상화폐’에서 ‘블록체인’으로 테마 바뀌나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주식시장에 암호화폐(가상화폐) 테마주가 등장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암호화폐 노이로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정부 관료들의 ‘규제 발언’에 암호화폐 가격은 물론, 주식시장 내 관련주까지 하락폭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열풍이 한창이던 작년 말, 국내 상장사 사이에선 어떻게든 암호화폐와 관련한 사업을 진행하려는 분위기가 일어났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정부의 규제 분위기와 암호화폐에 깃든 투기 수요가 ‘김치프리미엄’ 논란과 맞물리면서, 상장사들이 오히려 암호화폐 관련주로 엮이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되고 있다.

최근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한 업체의 관계자는 “암호화폐 사업과 관련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며 “블록체인 사업을 확장하는 것으로 봐 달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정부의 규제 노선이 강경해진 시점에 암호화폐를 언급하기는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이처럼 국내 상장사들은 암호화폐보다 ‘블록체인’ 기술을 자사 사업에 끌어들이거나, 암호화폐 관련 사업과 연관돼 있더라도 ‘암호화폐 색’을 지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지난 15일 국무조정실이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과도한 가상통화 투기와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하되,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연구개발 투자를 지원하고 육성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힌 것이 촉매가 됐다.

정부가 암호화폐의 투기적 성격을 바로 잡고, 4차 산업혁명 기술인 블록체인은 개발‧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정부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따로 분리해서 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따로 놓고 볼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는 암호화폐 자체가 긍정적인 방향보다는 투기 거품이 몰리는 부정 요소의 영향이 깊게 배었기 때문에 블록체인과 따로 떼 내어 정책을 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암호화폐가 지고 블록체인이 뜨는 징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17일 삼성SDS가 플러그인 프로그램 '액티브X'를 대체할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인증 플랫폼 개발을 추진한다고 밝히자, 삼성SDS 주가는 17일 오전 한때 27만원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탔다. 지난 16일 25만3000원(종가) 대비 최대 6% 이상 오른 것이다.

특히 작년 말부터 삼성SDS를 통해 전국은행연합회이 추진 중인 ‘은행 공동 블록체인 인증시스템 구축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SGA솔루션즈 주가는 전일 대비 25% 이상 오르며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SGA솔루션즈 주가 상승이 정부의 블록체인 육성 발표 영향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한 17일 오후 2시11분 기준 드림시큐리티(▲29.96%), 한컴시큐어(▲7.84%), 파수닷컴(▲7.21%) 등 블록체인 기술을 보유한 보안기업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드림시큐리티도 SGA솔루션즈와 마찬가지로 ‘은행 공동 블록체인 인증시스템 구축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파수닷컴은 작년 7월 개발에 착수한 블록체인 기반 기술의 문서 플랫폼 랩소디를 올해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한컴시큐어도 현대페이와 블록체인 관련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날 비덴트, 옴니텔, 우리기술투자, SCI평가정보, SBI인베스트먼트 등 암호화폐와 관련된 종목은 전일 대비 15~20% 가량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덴트와 옴니텔은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빗썸의 주주이며, 우리기술투자는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CI평가정보는 암호화폐거래소 에스코인을 운영한다. SBI인베스트먼트도 펀드를 통해 빗썸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암호화폐 관련주의 하락폭이 심해지자, 업계에서는 암호화폐 관련주로 여겨지는 것을 꺼리는 기업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암호화폐가 상승세를 타던 시기에는 암호화폐 채굴사업 등을 신규사업으로 추진하면서 대외적 홍보효과는 물론, 주가 상승도 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의 강경한 규제 정책과 더불어, 중국의 암호화폐 규제 및 세계적인 암호화폐 하락세를 감당하기가 부담스럽다는 인식이 국내 기업에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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