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최근 그래픽카드(GPU) 업그레이드를 시도하던 한 PC방 업주는 ‘20만원 대였던 제품 가격이 한두 달 만에 2배 가까이 뛰었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비트코인 채굴 열풍으로 인한 GPU 품귀현상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가격비교 사이트 에누리에 따르면 인기 제품들은 최저가격이 최근 3개월(2017년 10~12월) 새 약 27~33% 가량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재고가 부족해 중고 제품도 웃돈을 주고 거래되고 있다.
방학을 맞아 ‘배틀그라운드’ 대목을 노렸지만, GPU를 구하지 못해 공석만 늘어났다. 수단을 강구하던 찰나, CPU(중앙처리장치)를 통한 가상화폐 채굴로 손실을 메우고 있다는 후기가 눈에 들어왔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모네로’ 등 CPU를 활용한 가상화폐 채굴이 PC방 업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부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손님이 없는 시간에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굴을 통한 수익이 월 80~100만원 이상’ 혹은 ‘피시방 매출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경험담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통상 가상화폐는 채굴에 GPU 자원이 활용된다. 그러나 채굴량이 늘어나면 연산 난이도가 함께 올라가 일반 컴퓨터로는 투자 대비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 통상 엔비디아 ‘GTX1060’ 급 GPU가 4개 이상은 장착돼야 전기요금과 비슷한 수준의 채산성이 기대되는 수준이다.
더욱이 채굴에 사용되는 GPU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오버클럭 등으로 수명이 짧아지고 발열도 심해 쉽게 망가진다. 공장 규모의 채굴장이 아니면 채굴 수익보다 전기요금 및 그래픽카드 감가상각이 더 크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 때문에 이미 지난해 여름부터 PC방 장비를 통한 채굴이 등장했지만 널리 퍼지지는 못했다.
그러나 가상화폐 모네로가 부상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다른 가상화폐와 달리 모네로의 경우 CPU 연산만으로도 어느 정도 채산성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채굴량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고가의 GPU 투자 없이 일반 PC나 스마트폰으로도 채굴이 가능하다. 채굴 연산 특성상 인텔 커피레이크보다 코어 스레드가 많은 AMD의 라이젠 CPU가 더 선호되는 특징도 있다.
채굴 PC로 사용하다가 손님이 오면 바로 일반 PC로 전환이 간편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화면보호기 등을 활용해 이용자가 감지되면 채굴 과정을 바로 종료하는 프로그램이 인터넷을 통해 배포되고 있다. GPU 채굴과 달리 CPU 채굴은 재부팅만 이뤄지면 리소스 반환이 빨라 성능저하가 없다. 컴퓨터에 무리가 적고 전력소모도 GPU 방식에 비해 적게 든다.
모네로 자체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도 채굴 인기를 이끌었다. 기존 가상화폐가 블록체인을 통한 ‘탈중앙화’에 초점을 뒀다면 모네로는 ‘익명성’ 보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지하 범죄 조직들의 거래 수단으로 인기를 끌면서 최근 2달 동안 4배가 넘는 급성장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모네로는 코인마켓에 등재된 가상화폐 중 시가총액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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