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단말기완전자급제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는 가운데 제도 도입과 관련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시됐다.
단말기 가격 인하, 요금경쟁 확대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오히려 반대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현재의 긍정적 제도를 없앨 수 있는데다 소비자 불편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주장들도 제기됐다. 법이 만들어지면 시행해야 할 정부측도 유보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김경진, 신용현, 오세정, 최명길 등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위원들은 26일 국회서 ‘이동통신 단말 유통시장 발전을 위한 제도개선 방향 :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대안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자 및 대부분 패널들은 공통적으로 제도 도입에 신중할 것을 주문했다.
발제를 맡은 김연학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외산 단말제조사의 유통망 구축능력 부족으로 삼성전자의 독점이 심화될 수 있다"며 "제조사간 경쟁으로 인한 단말기 가격인하 호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통신요금 인하 효과도 미진한 것으로 분석했다.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단말기유통법은 폐지돼야 하는데 그럴 경우 이통사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25% 제도도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완전자급제 도입시 현재의 제도보다 더 낮은 요금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자급제가 대세이던 유럽도 스마트폰 시대에서는 이통사 중심의 유통시장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오히려 역기능이 더 많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의 독점력 강화 이외에도 SK텔레콤이 서비스 가입시장을 주도할 수 밖에 없어 KT와 LG유플러스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유통업계의 대규모 실업발생, 판매 및 서비스 가입 이원화로 인한 소비자 불편 등이 발생할 것으로 보았다.
그는 "세계 어느 나라도 완전자급제를 법으로 강제한 나라는 없다"며 "자급제를 활성화 시키는 조치는 취해서 이용자가 편리한 유통을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제를 맡은 고려대 경제연구소 하태규 연구교수도 비슷한 견해를 냈다.
소비자의 원스톱 쇼핑을 없애 불편만 가중시킬 것이고 이중 유통에 따른 유통비용 증가로 소비자 부담만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하 교수는 "이런 비현실적 대안이 논의되는 것은 이통산업에서 초과이윤이 발생하고 통신비를 절감하기 위해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는 오해와 관성이 작동하기 때문"이라며 "결합판매가 선이고 자급제가 악은 아니기 때문에 두가지 방식 중 소비자의 판단에 맡기면 된다"고 설명했다.
패널로 참석한 이동통신 3사 관계자(임형도 SK텔레콤 실장, 김충성 KT 상무,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들은 모두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심도깊은 논의, 기대효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 예측불가, 이해관계 충돌 등 공통된 단어들이 나열됐다.
완전자급제 도입시 퇴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이동통신 유통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박선오 이동통신유통협회 부회장은 "국내 유통시장에서 외산폰이 자리잡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완전자급제가 도입돼도 단말기 가격, 통신요금 인하는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단통법에 여러 불만, 모순이 있으니 들어내고 새로운 법을 제정해 시장을 엎어보겠다는 것인데, 이는 삼성과 SK텔레콤으로 시장을 재편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녹색소비자연대의 이주홍 사무총장은 제도 도입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 사무총장은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독과점에 대한 예방 대책을 내놓는다면 같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측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재영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국장은 "유통점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소비자 역시 두번 설명 들어야 하는 불편함이 생길 수 있다"며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불이익을 받는 집단이 있다면 대책이 없다면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선택약정할인 25%, 위약금 상한제 도입, 분리공시제 도입 등 우선 도입하고 도입해 이용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제도가 있는데 완전자급제에 딸려들어가 다른 논의가 멈춰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전성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국장은 "선택약정할인 25%가 폐지되면 이통사가 이에 준하는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을지, 지원금이 없어지면 단말기 가격도 올라갈 수 있다"며 "향후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심도 있는 논의 하겠지만 법은 의도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경진 의원은 "당론으로 제도 도입을 찬성,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 최대한 많은 의견을 듣고 입장을 정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단말기 할부금 때문에 통신요금이 비싸다는 착시 현상이 있다"며 "결국 삼성전자가 모든 키를 쥐고 있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