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중국 디스플레이 패널업체 특수에도 불구하고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들의 주가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실적과는 무관하게 주가가 하락하는 장비업체도 있다.
아무래도 '사드 배치' 등 전체적으로 중국시장에 대한 경색된 분위기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주가에도 심리적 경계감이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향후 국내와 중국 패널업체 간 더 많은 공급계약이 공시될 것이 유력하기 때문에 이 같은 경계감이 어느 정도 걷히면 계약 규모에 따라 언제든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실제로 최근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업체들이 중국 패널업체인 BOE, 차이나스타(CSOT), CEC판다(CEC panda), CHOT, 티안마(Tianma) 등과 공급계약을 맺었다는 공시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입찰 단계에서 확정되지 않은 부분까지 고려하면, 그간 ‘수주절벽’ 의혹을 받던 업체들도 조만간 중국 반도체 투자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중 참엔지니어링, AP시스템, 선익시스템 등의 주가는 최근 하락세다. 여기에 최근 우리 정부가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의 중국 내 생산공장 설립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제스처를 취하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고객사로 둔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들 주가도 동반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표면적으로는 기술유출을 언급했지만, 이면에는 사드 배치를 둘러싼 국가 간 기싸움 논리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코스피 상장사인 참엔지니어링(대표 김인한)은 최근 공시를 통해 BOE, CEC판다 등 중국 패널 업체에 평판디스플레이(FPD) 장비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내년 3월~4월까지 ‘청두 BOE 광전자공학’에 200억원 규모의 장비를 공급하며, 청두 CEC 판다 디스플레이'에는 내년 5월말까 79억원 규모의 장비를 공급한다. 또 중국 셴양 차이홍 옵토일렉트릭 테크놀로지에는 99억600만원 규모의 장비를 내년 3월 11일까지 공급한다.
이 같은 활발한 수주 규모와 무색하게 참엔지니어링 주가는 하락세다. 25일 종가는 2555원으로 지난 7월말과 비교하면 2개월간 20% 가까이 하락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며 “북한 문제와 관련한 코스닥 시장 상황 및 수급의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참엔지니어링은 현재 BOE, CSOT 등 중국 업체와 공급 계약을 계속 추진 중이다.
코스닥 상장사인 AP시스템(대표 김영주)도 최근 BOE, 차이나스타(CSOT)와 각각 533억원, 683억원 규모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조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내년 8월~10월까지가 계약 기간이다. 역시 이 회사도 지난 7월 20일(종가 5만2700원)과 비교해 지난 25일(3만7800원)까지 30%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 9월20일 코스닥에 상장한, OLED 증착장비 개발업체인 선익시스템(대표 박재규, 이영종)도 상장일인 20일(시가 3만3300원)부터 25일(종가 2만5550원)까지 4거래일 동안 23% 하락했다. 이 업체는 지난 2015년부터 CSOT에 장비를 공급 중이며, 지난 7월엔 BOE와 소형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9월 18일엔 트룰리(Truly)와 중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증착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코스닥 상장업체인 제이스텍(대표 정재송)은 지난 8월 말 가진 기업설명회(IR)을 통해 중국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IR에서 정재송 대표는 “중국도 우리를 배제하고는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며 “이제는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스텍은 OLED, LCD 디스플레이 본딩장비와 레이저장비, 워터젯 디프레시장비, 도금장비 등의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제이스텍은 최근 매출처를 다변화하기 위한 단계를 밟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 진출을 추진해 매출 안정성을 꾀한다는 전략이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 확대가 가속화되고 레이저 본딩 기술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장기 성장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제이스텍은 공시를 통해 에버테크노의 토지와 건물을 양수한다고 밝혔다. 인수한 건물과 토지의 규모는 제1공장 9421㎡(2850평) 및 제2공장 1만3884㎡(4200평), 대지 2만4992㎡(7560평)이다. 정 대표는 “캐파는 적어도 명실상부하게 1조원 정도를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예전과 달리 고객사가 기술력보다는 캐파가 충분히 되느냐를 보는 추세”라고 강조한 바 있다..
오는 9월 29일 코스닥에 상장하는 OLED 증착장비 개발업체 야스(대표 정광호)의 상장 후 주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야스는 최근 BOE, CSOT, EDO, JOLED. 샤프(Sharp) 등 중국과 일본 패널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정광호 대표는 "BOE, CSOT에 장비를 공급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코스닥 상장업체인 비아트론(대표 김형준)은 최근 BOE와 466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중국 선전 로욜 디스플레이 테크놀러지와 디스플레이용 제조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의 주가는 25일, 1만7800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5거래일만에 16% 가량 하락한 것이다.
디스플레이 검사장비 제조업체 이엘피(대표 이재혁)와 디스플레이 제조용 기계 제조업체 영우디에스피도 최근 각각 BOE와 51억원, 713억원 규모의 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다. 특히 영우디에스피와 BOE와의 공급계약은 영우디에스피의 작년 매출액 대비 48.7%에 달할 정도로 큰 규모다. 이 때문에 공급계약 공시가 나온 9월 22일 당시, 영우디에스피 주가는 전일 대비 16.94% 오를 정도로 반응이 꽤 컸다. 다만 공급계약 규모가 다소 작은 이엘피 주가는 공급계약 공시날이었던 9월 21일에도 주가가 오르지 못하고 오히려 다음날부터 주가가 더 하락했다.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중국발 수주에 따른 실적이 가시화되면 ‘중국 특수와 주가 불일치’가 어느 정도 해소될 가능성도 있기때문에 현재로선 상황을 예의주시해야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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