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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조세혁신 기업’ 구글의 진면목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구호를 외쳤던 구글은 과연 어떤 기업일까. 세간에는 기술혁신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물론 정보기술(IT) 업계를 선도하는 혁신 기업은 맞다.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로 세상을 놀라게했던 기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알고보면 구글은 조세 부문에서도 나름의 혁신을 이룬 ‘조세혁신 기업’이다. 경쟁사 대비 한 단계 발전한 세금 회피 기법을 활용, 세계 각국에 내야 할 세금을 아껴 기술혁신에 재투자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유럽연합(EU)이 구글에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 폭탄’을 부과하고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선 것은 그동안의 미납 세금을 합법적으로 받아내기 위함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구글의 조세혁신, 결국 EU가 제동=구글은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활용했던 ‘더블 아이리시’(Double Irish) 조세회피 기법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더블 아이리시 위드 어 더치 샌드위치’(Double Irish with a Dutch Sandwich) 기법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세계 각국에 내야 할 세금을 빼돌리며 EU의 주 공격 대상이 됐다.

‘더블 아이리시’가 아일랜드에 설립한 두 개의 법인을 통해 다국적기업 본사가 세금을 최소화하는 기법이었다면 ‘더블 아이리시 위드 어 더치 샌드위치’는 두 개의 아일랜드 법인 사이에 한 개의 네덜란드 법인을 끼워 넣은 모델이다.

하지만 이렇게 세금을 최소화하기 위한 구글의 꼼수도 조만간 사라질 예정이다. 2014년 아일랜드가 유럽연합(EU)의 압력에 못 이겨 다국적 기업에 제공하던 편법적인 절세 시스템을 2020년까지 폐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냥 못 놔둬’ 구글세 논의 본격화=이런 가운데 지난 2015년, 다국적 기업의 현지 세금 회피를 막기 위한 ‘다국적 기업의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BEPS, Base Erosion & Profit Shifting)’ 프로젝트가 G20 정상회의에서 최종 승인되면서 EU를 중심으로 이른바 구글세를 도입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다국적기업들의 BEPS로 인한 세수 손실액이 매년 최대 2400억달러(약 27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가장 먼저 깃발을 올린 건 영국이다. 영국은 2015년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 자국에서 발생한 이익을 다른 나라로 이전할 경우 이전액의 25%에 해당하는 세금을 물리는 ‘구글세’를 처음으로 법제화해 구글에 1억3000만파운드(약 1900억원)의 세금을 징수한 바 있다. 하지만 추징액이 그동안 구글이 영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에 비해서는 훨씬 낮은 수준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어 이탈리아가 구글에 10여년 간의 미납세금인 3억6000만유로(약 3800억원)를 부과하면서 영국 내에서 ‘더 많은 세금을 추징해야 한다’는 여론은 거세지기도 했다. 프랑스와 스페인도 미납 세금을 거둬들이기 위해 구글의 자국 지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유럽 각국에서 구글과의 세금 전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예상된 과징금 폭탄…EU, 추가 압박 카드도 공개=EU 반독점 당국은 구글에 24억2000만유로(약 3조1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과징금 폭탄’으로 불릴 만하다. 구글 쇼핑 서비스 검색 결과 상단에 자사 상품을 올려 불공정 경쟁을 유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EU는 지난 2010년부터 광범위한 조사를 했고 결국 ‘구글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EU 규제 당국이 추가 조사 현황을 공개했다는 점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구글앱 선탑재’와 ‘애드센스(키워드광고)를 통한 경쟁사 광고 제한’ 예비 조사 결과를 밝혔다. ‘구글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했다’는 게 예비 조사 결과다. 구글을 압박하려는 EU의 의중이 읽힌다.

이번 EU 규제 당국의 결정에 구글은 “결정문 내용을 확인하겠다”면서도 “EU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업계는 항소한다는 방침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구글이 EU와 대립각을 세울 경우 더욱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두 건의 예비 조사 결과가 확정까지 이어진다면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물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구글 입장에서 전략적 거점이자 텃밭이나 다름없다. 검색 점유율 비중이 80~90%를 넘나든다. 구글의 행보에 따라 또 한번의 과징금 폭탄이 예상되는 이유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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