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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2주년 기획 1부]④ ‘구글에게 유리한 운동장’ ...역차별 해소 나서야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지난 수년간 인터넷·게임 업계에서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문제가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 해소’다. 보통 ‘기울어진 운동장’에 비유해 국내 기업이 출발선부터 외국계 기업과 불공정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이러한 역차별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조세 회피’다. 지난해 구글 지도 데이터 반출 시도가 불거지면서 외국계 기업들의 세금 탈루가 주목받기도 했다. 이들 기업이 국내에서 천문학적인 매출을 올리면서 이에 걸맞은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얼마 전엔 국세청이 오라클의 조세 회피 혐의를 포착해 법인세 3000억원을 부과한 사례가 나왔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지난 2016년 라인 상장 관련 간담회에서 “구글이 세금 안낸 것을 다시 혁신에 쓰면 가뜩이나 차이가 나는데 불공정한 것이 아니냐”라고 강한 어조로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전 세계서 ‘구글세’ 논의 탄력=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MOIBA)에 따르면 지난해 구글과 애플은 국내 앱 마켓을 통해 각각 4조4656억원, 2조20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구글의 경우 아일랜드 등에 설립된 페이퍼 컴퍼니에서 매출을 잡는 방식을 활용해 세계 각국의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외에서 이른바 ‘구글세’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국외에선 이미 세금 추징 사례가 나왔다. 영국과 이탈리아가 구글을 상대로 각각 1억3000만파운드(약 1900억원), 3억600만유로(약 3800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프랑스와 스페인, 러시아 호주도 구글을 상대로 과징금 또는 세금을 추징하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선 앱 마켓과 함께 유튜브에 대한 과세도 도마에 올랐다. 동영상 광고 시장 독점 때문이다. 유튜브가 이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이유는 ‘불법 콘텐츠의 유통’이 한몫하고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국내 사업자는 저작권법 삼진아웃제(3번 경고 이후 계정정지 등 행정명령 조치) 대상인데 반해 유튜브에선 불법 콘텐츠가 나돌아도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통신망 비용’도 역차별 논란=국내외 인터넷 사업자 간 ‘통신망 비용’도 역차별 논란이 제기된 사안이다. 국내 사업자들이 통신사에 수십, 수백억원 규모의 전용망 사용료를 내는데 반해 글로벌 사업자들은 별도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부터 지적받은 문제로 최근 페이스북과 국내 통신사 간 망 사용료 협상이 결렬되면서 비용 논란이 수면 위로 불거졌다. 더욱이 페이스북은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접속 경로를 변경, 특정 통신사 이용자들의 불편을 초래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방송통신위원회가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 위반 여부 등을 점검키로 했다.

망 비용 문제는 이해관계자마다 입장이 크게 달라진다. 국내 인터넷 사업자 입장에선 명백한 역차별로 볼 만하다. 국외 기업들은 망 비용을 아껴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할 수 있는 까닭이다. 국내 기업들은 신규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도 비용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통신사 입장에선 국내외 사업자를 가리지 않고 망 사용료를 받는 것이 이득이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내 이용자들을 볼모로 기존처럼 망 비용을 내지 않으려는 게 국외 사업자들의 움직임이다. 현실적으로 비용을 내게 할 만한 강제적 수단도 없다.

일각에선 수년전 통신사들이 유튜브 등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자 경쟁적으로 전용망을 공짜로 내준 것에 발목이 잡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에선 “통신사와 국외 사업자가 어떤 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지가 공개돼야 그 다음 논의가 진전이 될 것”이라며 “망 공공성이 강화될지 사업자의 비용 부담이 더 이뤄질지 조심스런 부분이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인터넷 여론 재갈 물리던 ‘임시조치’ 바뀐다=인터넷 이용자 입장에서 대표적 적폐로는 ‘임시조치’가 거론된다. 임시조치는 인터넷에 쓴 글에 누군가가 이의를 제기하면 30일간 노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말한다. 이의제기가 없으면 30일 이후 글은 삭제된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주요 포털 사업자들이 임시조치를 처리한 건수가 47만9000여건에 달했다. 2010년 14만5000여건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매년 증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임시조치 남발로 인한 표현의 자유 침해나 검열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글 게시자 입장에서 보면 역차별이다. 게시자가 이의신청은 가능하지만 절차가 복잡해 접근이 쉽지 않았다. 2014년 임시조치 건수가 45만여건인데 반해 이의신청은 5%에도 못 미쳤다. 이의제기자의 권한이 막강했던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운동 당시 “일방적인 임시조치 제도를 전면 개선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를 위해 글 게시자의 권한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의 의사만 밝히면 임시조치가 풀리도록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의 제기 권한에 상응하는 대항권을 부여한다는 의미다.

◆갈길 잃은 셧다운제, 어떻게 될까=국내 게임업계에선 ‘셧다운제’가 대표적인 적폐로 꼽힌다. 자정 이후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규제로 국내 온라인게임에만 적용 중이다. 국내 서비스가 되더라도 외국에 서버를 둔 온라인게임은 셧다운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

수년전부터 비디오게임(콘솔)도 점차 온라인 대전이 핵심 기능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 수십, 수백명 규모의 이용자 간 네트워크 대전을 지원하는 패키지(스탠드얼론) 게임이 속속 나오고 있다. 온라인게임이나 다름없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PC온라인게임에만, 그것도 국내에 서버를 두고 세금을 제대로 내는 업체 게임에 셧다운제가 적용되다보니 ‘불합리한 규제’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엔 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이용자층이 대거 이동했다. 청소년들이 모바일게임을 더 즐긴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모바일게임엔 셧다운제 적용을 유예 중이다. 형평성 원칙대로 모바일게임에도 셧다운제를 적용할 경우 당장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이슈가 제기된다.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은 채 외산 게임을 서비스를 중인 업체들은 셧다운제를 따라아 할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도 셧다운제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유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 대목만 보더라도 셧다운제는 이미 실효성을 상실한 법안이다. 갈 길을 잃은 셧다운제가 애꿎은 국내 온라인게임만 규제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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