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8일 오후 검찰에 소환된 이후 13시간이 넘는 조사를 받고 19일 새벽 귀가했다. 검찰은 2015년 최 회장의 특별사면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SK그룹 사이에 이른바 ‘사면거래’가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 회장 사면 직후 SK하이닉스의 46조원 투자 발표가 박 전 대통령이 제시한 사면 조건 가운데 하나를 맞춘 게 아니냐는 논리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검찰이 반도체 업계의 특성과 생리를 파악하지 못해 생긴 오해로 보고 있다. 일단 46조원은 2015년부터 향후 10년(2025년)간 신규투자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경기도 이천과 충청북도 청주에 각각 하나씩 신규 반도체 공장을 구축에 필요한 31조원을 포함해 신규 공장 3개를 짓는데 들어가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여기에는 기존 장비 및 건물 유지보수 등에 필요한 경상투자(보완투자)가 빠져있다.
SK하이닉스의 2015년 투자액은 6조6500억원, 지난해에는 6조원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는 중국 우시 공장의 보완 투자를 더해 7조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산술적으로 따져도 2025년까지 46조원 투자는 채우고도 남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연평균 4조6000억원만 투자해도 되는데 이미 올해를 포함해 3년 동안 이를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SK그룹에 편입되기 이전에도 연간 2조원이 넘는 투자를 했다”며 “반도체 사업은 매년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을 철수하겠다는 의미여서 검찰의 주장처럼 사면거래로 내세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신규 공장을 짓지 않을 때에도 매년 2~3조원씩의 투자액을 집행했다. 결국 신규투자와 경상 투자액을 더하면 SK하이닉스는 75조원 안팎의 금액을 사용해야 한다. 이는 최 회장이 사면 직후 주요 계열사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경영회의에서 “좀 더 투자 (계획) 규모를 늘려보라”고 주문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단순히 46조원만 가지고 사면거래를 이야기하기에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반도체 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46조원 투자만 가지고 검찰이 최 회장을 조사한 것은 아니겠지만 업종의 특성만 알아도 불필요한 오해는 줄일 수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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