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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찌르는 KAIST 학생들의 질문… 새 총장 선출 앞두고 혁신요구 ‘분출’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지도교수가 연구지도를 제대로 해주지 않고 학생들을 프로젝트에만 투입해, 졸업요건을 채우지 못하는 연차 초과생이 쌓여가는 연구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고 있는지 해결책을 제시해 주십시오’

‘졸업이후 진로 강요, 지도교수의 폭언, 부적절 연구실 공동자금 마련 등 연구실 단위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옴부즈 퍼슨, 감사실 신고제도 등이 있으나 정작 대학원생들은 내부 고발자로 찍히는 것이 두려워 신고를 하지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보호하기위해 어떤 방안을 가지고 있습니까?’

‘강의중 교수가 학생들에게 여러차례 인격적인 모욕 및 차별 발언을 하여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당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학생인권 보장과 증진을 위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신지 듣고 싶습니다.’

‘2016년 청렴도 조사에서 카이스트가 최하위등급을 받았습니다. 연구비 부당집행, 횡령등 부패사건 근절을 위한 어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까?’

카이스트(KAIST, 한국과학기술원)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이 총학생회를 통해 차기 총장 후보군으로 선정된 신성철, 경종민, 이용훈 교수 3인에게 최근 질의한 내용중 일부다.

이같은 학생들의 질문에 세 교수는 각 항목별로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질의 항목에 따라 후보별로 상당히 차별화된 답변도 있었고, ‘정부의 이공계 산업특례요원 제도 폐지’ 등에 대해선 모두 같은 목소리로 반대 의견을 냈다.

그러나 세 총장 후보의 답변 내용보다 먼저 눈길이 가는 것은 학생들의 질의 내용 그 자체다. 남부럽지 않은 좋은 환경속에서 지낼 것으로 알았던 카이스트의 재학생들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의외다.

참고로 앞서 '학생들이 졸업요건을 채우지 못하는 연차 초과생의 문제'를 지적한 질문에 대해 3인의 후보중 한 교수는 "대학원생(석, 박사)들의 평균 재학기간이 7.5년으로, 많은 학생들이 재학연한을 넘겨 연차 초과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선진국의 명문대학들은 석박사과정의 재학연한이 평균 4,5년인데, 석박사 통합과정의 활성화, 교수 별 국비 TO제한 등의 조치를 통해 선진국 수준으로 줄어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카이스트 학생들이 원하는 ‘새 총장의 역할’ = 학생들이 총장 후보 3인에 질의한 내용중에는 카이스트의 교내 민주화, 열악한 대학원생들의 처우, 학생들의 인권, 허약한 복지제도, 부패근절 대책 등에 대해 대책을 요구하는 내용들이 꽤 직설적으로 열거됐다.

과거 외국인 총장에서 서남표 총장,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카이스트가 지난 수년간 강조해온 개혁의 실체가 무엇이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쉬쉬했을뿐 카이스트 내부, 구성원들이 느끼는 개혁의 갈증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드러낸다. 차기 총장이 누가 되든 학생들의 개혁 요구를 ‘공부 벌레의 투정’ 쯤으로 안이하게 넘길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차기 총장 선출과 맞물려, 카이스트 내부의 질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는 느낌이다.

이와관련 학생들은 자신들의 의견이 차기 총장 인선에 반영되기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총장 후보 3인의 면담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작성된 총평을 보면, 각 후보별 장단점과 함께 날선 비판이 번뜩인다. 후보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개혁에 대한 갈증이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당초 강성모 총장의 후임은 3인의 후보중 1월 중순쯤 카이스트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었지만 다소 늦어지고 있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아마도 지금의 탄핵 정국과 맞물렸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물론 이사회의 자율이긴 하지만 총장 선출과 관련해선 카이스트의 주무 부서인 미래창조과학부, 즉 정부의 의중이 중요하다. 그러나 자칫 과거처럼 정부에서 낙점한 인물을 일방통행식으로 강행했을 경우 거센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강 총장의 임기가 오는 2월말이기 때문에 늦어도 설연휴 직후인 2월초에는 선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사회 의장을 포함해 15인으로 구성된 이사회의 투표에 의해서만 카이스트 총장은 선출된다.

그러나 현재로선 학생들이 차기 총장 선출에 간접적으로라도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해져있는 총장 선임 절차를 변경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차기 총장 선임에 앞서 카이스트 총학생회측은 학부, 대학원생 등 학교 구성원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짜내고 있다.

◆학생들 모의투표, 의외의 결과...무엇을 의미하나? = 이런 차원에서 진행된 이벤트중 하나가 총학생회의 주도로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총장 모의 투표다. 카이스트 재학생 894명(학부생 651명, 대학원생 243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다만, 3인 후보에 대한 단순 선호도 투표가 아니라 학생들이 총장에게 질의한 주요 정책들과 각종 이슈 항목에 대해 가장 공감하는 후보의 답변을 학생들이 선택하는 방식이다.

이 결과 이용훈 교수가 55.3%의 지지(3368개 선택)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경종민 교수로 24.5% (1484개), 3위는 신성철 교수로 20.%(1241개)를 얻었다. 이 결과는 당초 신성철, 경종민 교수가 이용훈 교수보다 다소 앞설 것이라던 예상과는 다른 결과다.

이용훈 교수의 답변은 특히 대학원생들의 지지를 많이 받았다. 연구환경 관련, 학생인건비 통합관리시스템, 등록금인하, 인권침해, 복지문화정책 항목 등에서 점수가 높았다. 학생들이 민감하게 느끼고 있는 현안에 대한 충실한 답변이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번 학생들의 모의 투표 결과가 곧 개최될 카이스트 이사회의 차기 총장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왜 이 교수의 답변에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공감을 표시했는지 이사회와 미래창조과학부가 한 번쯤 곱씹어볼 대목이다.

차기 총장 선임을 앞두고 쏟아지고 있는 카이스트의 근본적인 개혁과 혁신에 대한 학생들의 절실함,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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