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반도체 미세공정 한계와 별개로 트랜지스터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 내부에서 발생하는 발열을 해소하기 위해 갖가지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다. 방열판과 냉각팬이 대표적이다.
오직 성능만을 추구하는 슈퍼컴퓨터나 워크스테이션은 차지하고서라도 개인용 컴퓨터(PC)에서 냉각팬을 본격적으로 사용한 것은 펜티엄 이전 486부터다. 그것도 부동소수점 연산 기능이 포함된 486-DX2 시절이었고 이전에는 방열판만으로도 충분히 냉각이 가능했다. 이 시절을 기점으로 PC의 중앙처리장치(CPU)에 냉각팬은 필수적으로 쓰였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PC를 포함한 반도체가 쓰이는 전자제품은 방열판이나 냉각팬이 썩 달갑지 않다. 외부에서 차가운 공기를 억지로 끌고 들어와야 하니 먼지가 쌓이기 일쑤고, 이 먼지는 갖가지 오류의 가능성을 높이며 냉각팬에 덕지덕지 달라붙어 시간이 갈수록 냉각 성능을 낮춰서다. 작동할 때 발생하는 소음은 덤이다. 가급적이면 덜 쓰는 게 좋다는 얘기다.
반도체에서 발생하는 열을 빠르게 식히려면 열전도율이 높은 금속을 많이 쓰면 좋다. 가장 좋은 솔루션은 금이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니 구리나 알루미늄을 섞거나 순수 구리가 주로 사용된다. 그만큼 냉각팬을 쓰지 않기 위함으로 좁은 공간에서 효율을 높이기 위해 히트파이프까지 등장했다. 히트파이프는 구리로 된 파이프 내부에 물이나 에틸렌글리콜과 같은 냉매가 들어있고 뜨거운 곳(반도체)에서 열을 흡수해 차가운 곳으로 열을 내보내는 일종의 수동식 냉각 방법이다.
히트파이프는 1990년대 중후반부터 노트북을 중심으로 적용되다가 지금은 스마트폰에서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에 쓰이는 반도체 성능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앞서 설명했지만 전자제품 입장에서 히트파이프를 포함한 방열판이나 냉각팬은 쓰지 않아야 좋다. 이는 스마트폰도 마찬가지지만 정도가 더하다. PC는 고정된 장소에서 주로 쓰고, 노트북에서 해당 부품의 무게를 빼봐야 들고 다니는데 큰 지장이 없다.
하지만 스마트폰처럼 손이나 주머니에 휴대하는 제품은 무게가 덜 나갈수록 유리하다. 바꿔 말하면 히트파이프를 쓴다는 것 자체가 본체 스스로 열을 식힐 수 있지 못하고 어떤 형태로든지 외부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히트파이프로 열을 효율적으로 분산시켜 안정성을 높였다는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웬만하면 쓰지 않고 내부 발열을 해결하는 게 훨씬 낫다는 걸 엔지니어가 모를 리 없다. 돈(부품 값)은 돈대로 들고 무게가 무거워지며 가뜩이나 좁은 내부에 따로 공간을 마련해야 하니 말이다.
그래서 얼마 전 LG전자가 곧 공개할 전략 스마트폰에 히트파이프로 안정성을 높였다는 주장을 편 것은 어떤 각도로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열이 이전보다 감당하지 못할 만큼 뜨거워졌다거나, 혹은 내부 발열을 그동안 이어온 설계로 해결치 못할 정도에 이르렀다는 뜻이기도 하다. 히트파이프를 썼다는 게 스마트폰에서 그리 당당한 주장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삼성전자 갤럭시S7에서도 업계에서는 가장 먼저 원가절감을 해야 할 부품으로 히트파이프를 꼽았을 정도다.
반도체 성능이 높아지면서 스마트폰도 내부 발열에 대비하는 제품이 늘어났다. 비단 LG전자뿐 아니라 삼성전자나 중국 스마트폰 업체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평준화가 됐다지만 같은 반도체를 가지고 누가 더 높은 성능을 내면서 내부 발열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지를 두고 기술력 경쟁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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