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이 중국 광저우에 610억위안(약 10조5400억원)을 들여 10.5세대(3370×2940mm)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을 짓기로 하고 투자협정을 진행했다. 지난 12월 31일 진행된 투자협정 서명식에 참석한 폭스콘 궈타이밍 회장은 “중국에서의 사업을 계속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샤프를 인수한 폭스콘은 최근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LCD 패널을 더 이상 공급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를 압박하면서 삼성전자에게는 (LCD 패널) 가격 인상을 요구하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이노룩스를 자회사로 가지고 있는데다가 샤프까지 품에 안은 상황에서 당장 삼성전자에 들어갈 물량이 빠지는데다가 광저우에 10.5세대 LCD 라인까지 마련하겠다는 폭스콘의 전략은 명확한 목적이 있지 않으면 실행키 어렵다.
이는 최근 디스플레이 시장의 흐름과 무관치 않다. 먼저 스마트폰과 같은 중소형 시장에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주도권을 확실히 잡은 상태다. 애플이 차세대 아이폰에 OLED를 채용하면서 한껏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이와 달리 2년 연속 뒷걸음친 TV 시장은 올해는 다소 회복세에 접어들겠지만 불과 1%대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 울트라HD(UHD)와 같은 해상도 증가와 함께 화면크기가 커지고 있다. 전 세계 평균 TV 화면크기가 40인치 이상이고 55인치, 65인치와 같은 대화면 라인업도 늘어나고 있다. 쉽게 말해 수요는 정체되어 있는데 화면크기가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수요를 감당키 위해서는 10세대 LCD 라인이 필수적이다. 60인치 TV가 전체 TV 시장의 10%(현재 5%)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면 10세대 LCD 라인은 4개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화면크기가 1인치 커지면 8세대 LCD 라인이 하나 더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화면크기의 대형화로 인한 수요는 분명하다.
해상도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된다. 스마트TV처럼 새로운 기능을 무기로 소비자에게 접근했지만 여전히 TV는 해상도와 화면크기가 깡패다. 거기다 가격까지 저렴해지고 있으니 소비자가 마다할리 만무하다. 더구나 OLED는 중소형에서는 성공 스토리를 써가고 있으나 아직까지 TV에서는 갈길이 멀다. 적어도 TV에서 LCD 시대가 10년 정도는 지속된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8K는 2020년 일본 도쿄 올림픽을 기점으로 세력 확산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2010년을 기점으로 UHD 대중화에 의구심이 많았고 전송규격, 통신망, 콘텐츠 확보 등에서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으나 예상은 빗나갔다. 폭스콘은 2022년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8K와 대화면 트렌드가 이어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계산했을 수 있다.
LG경제연구원 이우근 책임연구원은 “10.5세대는 65인치 이상에서 유리하지만 안정화 이슈로 인해 (내년 가동에 들어가는) 8.6세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풀HD OLED와 UHD LCD TV 가운데 소비자는 해상도가 더 높은 제품을 선택했으며, 8K LCD TV가 나오면 OLED 진영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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