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샤프를 삼킨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이 삼성전자에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급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이노룩스, BOE, 샤프에서 LCD 패널을 공급받고 있다. 이 가운데 샤프의 비중은 500만대 내외로 연간 삼성전자가 판매하는 TV가 5000만대 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샤프는 삼성전자에 LCD 패널을 공급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저세대 LCD 라인을 차례로 정리하고 있는데다가 32인치를 필두로 일부 LCD 패널이 공급부족으로 인해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재고량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당장 급하게 LG디스플레이에 LCD 패널을 요청할 수 있으나 이미 내년에 맞춘 고객사 물량을 조정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조차 울트라HD(UHD)를 포함해 일부 라인업을 중국 업체에 맡기고 있는 상황인데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공급할 LCD 패널을 맞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디스플레이와 같은 후방업계와 TV를 만드는 전방업계는 서로 입장이 다르다. 내년에 선보일 라인업이 대부분 확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요구에 맞춰서 LCD 패널을 갑자기 공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존 고객사 물량을 돌리기도 어렵다. 일각에서는 공공연하게 삼성전자를 견제해온 폭스콘이 샤프를 통해 압박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미리 대비하지 못한 것을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다.
연간 샤프가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LCD 패널의 양이 만만치 않았다는 점, 60인치와 같은 비교적 프리미엄 라인업이 주력이었다는 점을 고려해 삼성전자 내부적으로 LCD 패널 수급 상황이 급작스럽게 변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내년부터는 이노룩스와 CEC판다, HKC 등이 8.6세대 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 45/50/58인치와 같이 틈새 화면크기를 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는 10.5세대 라인이 기다리고 있다. 10.5세대 안정화에 대한 의구심이 있지만 UHD와 같은 고해상도와 함께 화면크기의 대형화가 TV 시장을 떠받들고 있는 트렌드여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게 됐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현재 베트남 현지 법인으로 만들어지는 일부 TV 모델을 LG전자와 마찬가지 형태, 그러니까 아예 중국 업체에 외주를 맡기는 방법도 고려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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