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박근혜 대통령 단핵소추안이 지난 9일 국회에서 무기명 투표를 통해 가결되면서 정국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대통령의 권한과 직무가 정지되면서 황교안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가동됐지만 계속된 사퇴압박을 받는데다가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판단이 이뤄지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는 반도체는 물론 디스플레이와 부품소재 업계에 있어서 달가운 상황은 아니다.
물론 시황 자체는 나쁘지 않다. 반도체는 우리나라가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의 업계 구도가 정리되면서 일종의 무혈(無血) 호황을 맞고 있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중화권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지만 세트업체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계속해서 확보하려는 경향으로 수익성이 높아진 상태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아직까지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어서 대형·중소형을 가리지 않고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정부의 내년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연구개발(R&D) 사업 예산이 늘어난 것도 호재다. 국회는 탄핵으로 어지러운 상황에서도 산업통상자원부 2017년 전체 소재부품산업 분야 국가 R&D 지원 사업 예산을 2015년(159억원)보다 67.1%(106억6200만원) 늘어난 265억6200만원으로 확정한 안을 결정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 R&D 사업 예산이 계속해서 쪼그라들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번 예산 편성안은 오랜만의 단비라고 불릴 만하다.
문제는 외부의 불확실성이다. 우선 미국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금리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고 달러화 강세가 더 강해졌기 때문이다. 금리와 환율 두 가지 이슈는 전방과 후방산업을 가리지 않는 불안요소다. LCD 패널과 같이 주요부품은 달러로 거래되지만 완성품 거래는 현지 통화로 이뤄진다. 따라서 미 달러화의 강세, 신흥국의 통화가치 하락은 완성품 업체에 큰 부담이다.
또한 경영현안도 해결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순실 국정농단’에 휘말리면서 임원임사와 조직개편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12월 정기적으로 열리던 글로벌 전략회의가 애매하게 됐고 이런 상태로는 내년 1월에 열리는 CES까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CES는 단순히 전시회를 넘어서서 전 세계 임원과 고객사를 한 자리에 모아놓고 전략방안을 소개하거나 중요한 회의가 함께 진행된다. 당사자인 임원의 자리가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의견교환이 쉽지 않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가 강점을 가지지 못한 분야, 가령 가상현실(VR)이나 인공지능(AI) 분야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발 빠른 투자가 이뤄져야 하지만 이 또한 공염불에 외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제품에 해당 기능을 넣고 빼느냐의 문제를 넘어서서 플랫폼과 서비스를 아우를 수 있는 세부적인 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후방산업은 대통령령이 끼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반도체 공장 증설과 관련된 규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데다가 사업장에 쓰이는 화학물질에 대해서도 관여가 가능하다. 심지어 온실가스 배출에서부터 해외공장 기술이전, 생산량까지 모두 포함된다. 외부도 마찬가지지만 내부의 불확실성 해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가늠해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가 올해 11월까지 누적 수출 분야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고 디스플레이도 톱5에 들어가는 만큼 대내외 위험(Risk)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고 적극적인 R&D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독려하는 제도와 실천방안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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