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리서치의 KLA-텐코 인수합병(M&A) 협상이 최종적으로 결렬됐다. 두 업체는 전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각각 4위와 5위를 달리고 있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이 합쳐졌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독과점 우려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장비 시장, 특히 전공정 장비는 특정 업체의 의존도가 상당히 높고 진입장벽이 높다. 남아있는 업체가 손에 꼽을 정도이고 성장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M&A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으나 연달아 실패 사례가 나오게 된 셈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램리서치는 KLA-텐코 인수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업계 1위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가 도쿄일렉트론 합병에 실패한 이후 나온 두 번째 같은 사례다. 램리서치는 작년 10월 KLA-텐코를 약 106억달러(약 11조78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매각 대금 가운데 50억달러는 현금으로 나머지는 주식(약 8000만주)으로 제공하는 형태였으나 처음부터 독과점 우려가 새어나왔다.
램리서치는 증착, 식각, 세정 장비 분야에서 경쟁력이 높다. KLA-텐코의 경우 검사, 계측 장비 분야에서 압도적이다. 노광 장비를 ASML이 꽉 잡고 있다면 검사 분야는 KLA-텐코가 있다고 보면 된다. 램리서치가 M&A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다면 대체 수단이 없는 장비를 써야 하는 반도체 업계 입장에서는 특정 기업 편중 현상의 가중화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 순위에 있어서도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뒤를 바짝 뒤따를 수 있는 수준이 됐겠지만 모두 물거품이 됐다.
업계에서는 램리서치가 KLA-텐코를 M&A한 이후 예상한 추가 매출 달성 전망치가 규제당국을 의식해 낮게 설정했다는 점, 식각 및 증착 장비의 선택권이 크게 좁아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결국 M&A 실패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수환 기자>shulee@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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