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고객 동의 없이 무단으로 개인정보를 보험회사에 판매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은 롯데홈쇼핑이 검찰고발까지 당했다.
22일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와 참여연대 등 13개 시민·소비자단체들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324만여명의 고객정보를 롯데·한화·동부 손해보험사에 판매해 37억36000만원을 챙긴 롯데홈쇼핑을 검찰고발키로 했다고 밝혔다.
최인숙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방통위가 롯데홈쇼핑에 대한 과징금 처벌을 내린 후 대검찰청에 조사결과를 이첩하기로 했는데, 미온적이고 형식으로 처리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직접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방통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롯데홈쇼핑(우리홈쇼핑)이 지난 2007년 7월부터 2014년 3월까지 324만762명 중 2만9628명의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제3자에게 불법 제공한 것에 대해 과징금 1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이날 시민단체들은 롯데홈쇼핑의 위법행위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요청하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보험회사들도 개인정보보호법 또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가 있는지에 대해 함께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시민단체들은 개인정보 제공 과정에서 홈쇼핑의 쇼핑 내역 등의 정보가 고객 동의 없이 함께 전달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롯데홈쇼핑에서 각 보험회사로 개인정보를 판매한 후, 보험회사로부터 다시 해당 고객에 대한 개인정보를 제공받아 고객에 대한 프로파일링을 별도로 구축하고 있는지 의심된다는 것이다.
이은우 변호사는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의 경우 고객정보 한 건당 약 2000원의 대가를 받고 있는데, 통상적으로 수십원에 거래되는 것에 비해 높은 금액”이라며 “이는 단순히 고객정보 판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별 프로파일링을 작성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조직적인 영업에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롯데홈쇼핑도 이런 방식으로 보험사에 대해 개인정보를 판매하고, 이후 보험사로부터 해당고객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아 개인에 대한 프로파일리을 구축하고 있다면 개인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추가로 처벌받아야 할 것”이라며 “324만여명에 대한 정보를 보험사로부터 다시 전달받아 활용되고 있는 지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시민단체들은 롯데홈쇼핑이 개인정보취급방침을 근거로 고객의 구매 정보를 롯데멤버스 주식회사로 소비자 구매 트렌드 분석을 위해 제공하는 것은 동의를 얻지 않은 위법한 행위라고 간주했다. 회원가입 때는 3자 제공에 대한 부분이 없어 이용자도 모르는 사이 구매내역 정보가 롯데멤버스로 전달된다는 지적이다.
이 변호사는 “구매내역을 포함한 롯데홈쇼핑의 고객 정보는 롯데멤버스에 제공돼 통합 관리되고 있다”며 “회원가입 때는 이와 관련한 3자 제공 동의 부분이 없는데, 가입 이후 개인정보취급방침에는 소비자 구매 트렌드 분석을 제공 목적으로 사후적으로 밝히고 있는 셈”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와 함께 이날 시민단체들은 홈플러스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린 법원의 결정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은 홈플러스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홈플러스는 경품행사에 응모한 고객정보를 보험사에 팔아 231억7000만원의 영업수익을 거뒀으나, 법원은 1mm 글자 크기로 3자 제공 동의에 대해 명시한 것에 대해 고지 의무를 다했다고 판단했다.
고계현 경실련 사무총장은 “개인정보를 3자에게 판매 또는 제공할 경우 정보 주체에게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형식적으로 약관에 포함됐다는 근거로 무죄결정을 내린 것은 국민 개개인의 권리와 인권을 신장해야 할 법원의 기본적 임무를 다 하지 않은 것”이라며 “홈플러스가 회원들에게 내용을 정확하게 고지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한 문제인데, 돋보기가 아니면 보기 어려운 1mm 글씨로 기재된 약관을 근거로 합법이라고 인정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이 변호사는 “대형마트뿐 아니라 통신사, 포털, 금융권, 카드사에서도 법·규정을 무시하고 고객정보를 모으는 사례가 벌어지고 있는데 지속적으로 고발조치할 것”이라며 “빅데이터 시대에 개인정보 수집·유통을 위해 적법한 절차를 지키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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