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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구중궁궐, 빗장 열어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국내에서 금융권 중심의 핀테크 육성 전략이 본격화된 지 2년이 지났다. 올해 금융사 중심의 핀테크 육성 전략은 이전보다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달 말 금융권 공동 오픈 플랫폼 서비스가 본격 오픈에 나서고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은행 등 은행 자체적인 핀테크 육성 프로그램이 고도화되거나 새롭게 가동된다. 여기에 한화 등 보험업권의 핀테크 육성도 본격화되는 등 전 금융권에 걸쳐 핀테크와 금융서비스 접목이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금융사와 스타트업의 협조는 필수불가결한 상황이다.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 역시 금융사와의 연대 및 협력을 자사의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고객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서 기존 금융사와의 연대 및 협력이 도움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사들 역시 핀테크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한 결과물을 자신들의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여기까지 보면 핀테크 스타트업과 금융권의 공조는 수레바퀴처럼 잘 맞아떨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기에 이른바 ‘초’를 치고 있는 것이 정부다. 아직도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많다. 주변을 조금만 둘러봐도 정부부처의 규제 탓에 사업을 전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곳들이 부지기수다.

정부가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하고 나섰지만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스타트업에겐 정부 부처 하나하나가 구중궁궐(九重宮闕)인 셈이다. 특히 핀테크는 IT와 금융이 만나는 지점인 만큼 금융당국만 규제 개선에 나선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없다.

최근 정부가 규제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곤 하지만 세부적으로 스타트업이 각종 규제와 부처 간 다른 정책 입장 차이에서 나오는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금융사들이 역할이 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핀테크 육성 정책을 펴나가는 것도 좋지만 정책당국에 시장 규제 완화를 위한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경험으로나 규모로 보나 금융사들이 한 목소리를 낸다면 이를 주관하는 정책당국의 변화를 보다 빠르게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규제 관련 금융당국과 관련 부처에 지속적으로 의견을 냈지만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는데 은행이 직접 움직이니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며 협상에 있어 기존 금융사와 스타트업간의 공조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언제까지 금융사가 핀테크 스타트업과 정부부처간의 연결 통로 노릇을 하고 있을수만은 없다. 당장은 핀테크에 대한 경쟁력이 금융사의 주요 화두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사들이 메신저 역할을 자처하고 있지만 정부부처와 맞대응 하는 것이 금융사로서도 썩 내키지는 않는 일이다.

우리나라 핀테크 시장은 규제 위주의 금융시장이 빗장을 일부에서 걷어내면서 나온 시장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때문에 금융사와 핀테크 업체 간 관계가 깊어질수록 걷어내야 하는 빗장은 더욱 많아질 수 밖에 없다.

관건은 정부부처가 자신들만의 논리를 고수할 것이 아니라 금융산업이라는 큰 그림에서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금융고객의 편의성을 저해하는 정책을 펴는 것은 정부부처 전체에 대한 사회적인 신뢰도를 저버리는 일이 될 것이란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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