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SK텔레콤이 삼성전자의 고가폰 재구매 프로그램 ‘갤럭시클럽’ 유통에 나선다. 갤럭시클럽은 ‘갤럭시S7·S76엣지’ 출시 때 첫 선을 보였다. 당시 통신사는 갤럭시클럽에 비우호적 태도로 일관했다. 하지만 5개월 만에 상황이 변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9일 삼성전자와 통신사 등에 따르면 갤럭시클럽 판매채널을 통신사로 확대한다. 갤럭시클럽은 신제품 구매 후 1년 뒤 중고폰 반납하면 남은 할부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대신 삼성전자 신제품을 또 사야한다. 통신사와 요금제는 마음대로 고르면 된다. 지원금은 받지 못하지만 선택약정할인(요금할인 20%)을 받을 수 있다. ‘갤럭시S7·S7엣지’때 도입했다.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에서 가입을 받는다.
◆통신사 주도 휴대폰 유통구조 ‘균열’=‘갤럭시노트7’도 갤럭시클럽 대상이다. 10월까지 가입을 받는다. 갤럭시노트7의 출고가는 98만8900원. 갤럭시클럽으로 구매하면 할부금 52만5408원(12개월, 할부이자율 5.9%)과 갤럭시클럽 1년 이용료 9만2400원(월 7700원) 총 61만7808원이 든다. 599요금제에 가입하고 1년 선택약정할인을 받으면 요금을 15만8000원 절약할 수 있다. 사실상 45만9808원에 갤럭시노트7을 구입하는 셈이다.
통신사가 갤럭시클럽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통신사 중심 휴대폰 유통구조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통신사는 그동안 단말기 유통을 무기로 제조사를 통제했다. 국내 점유율 60%선에 이르는 삼성전자의 독자노선은 달갑지 않다. 고가폰을 무기로 가입자를 유치하는 전략이 무너진다. 둘째는 선택약정가입자 증가는 매출에 악영향을 끼친다. 공시지원금과 선택약정할인 격차는 2배에 가깝다. 갤럭시노트7의 경우 지원금을 가장 많이 주는 곳은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의 공시지원금 최대액은 26만4000원이다. 이는 월 10만원 이상(부가세 제외) 요금을 내야 받을 수 있는 액수다. 월 10만원 요금을 내는 사람이 지원금 대신 선택약정할인을 고르면 2년 기준 48만원을 할인 받을 수 있다.
◆SKT, ARPU 반등·가입자 락인 ‘실리’ 추구=삼성전자 고가폰그럼에도 불구 SK텔레콤은 왜 삼성전자의 손을 잡았을까. 시장과 회사의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알뜰폰 포함 이동통신시장의 SK텔레콤 점유율은 44.1%(6월 기준)다. 갤럭시클럽을 통해 통신사을 옮긴다면 SK텔레콤을 떠나는 가입자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떠나게 두느니 잡는 것이 유리하다. 선택약정할인은 부담스럽지만 고가폰 구매자는 고가요금제 가입 확률이 크다. 속도 제한은 있지만 데이터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최저 요금제는 월 5만9900원(부가세 제외)다. 20% 요금할인을 하면 월 4만7920원이다. 2분기 기준 SK텔레콤의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는 3만6205원. 선택약정할인 599요금제 가입자를 받아도 ARPU 상승에 긍정적이다.
한편 SK텔레콤의 판단을 KT와 LG유플러스가 외면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SK텔레콤의 현실은 KT와 LG유플러스의 현실이기도 하다. 2분기 기준 KT와 LG유플러스의 ARPU는 각각 3만6527원과 3만6027원이다. 다만 LG유플러스의 경우 LG전자와 관계가 부담이다. LG유플러스가 갤럭시클럽 유통에 동참할 경우 LG전자의 어려움이 증가할 것이 뻔하다. LG전자는 LG유플러스 의존도가 높다. LG전자 고가폰 판매는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 KT에 비해 압도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