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기획

“우리 제대로 가고 있나?”… ‘좌표’ 찾는 디지털뱅킹 전략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물론 블록체인에 대한 최신 정보는 어느정도 갖고 있고,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지만 그래도 현장에 나와서 좀 더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안심이 될 것도 같고요.”

지난 19일, 본지가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진행한 디지털뱅킹 트랜스포메이션 (Digital Banking Transformation) 전략 세미나에 참석한 한 시중은행 IT기획 담당자는 행사를 참관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평이한 문장이지만 현재 금융권이 느끼는 디지털뱅킹 전략에 대한 불안감과 긴장감이 소소하게 묻어난다.

아직 디지털뱅킹에 대한 좌표를 분명하게 찾지는 못했지만 사실 디지털뱅킹은 정체되지 않고 항상 움직이는 것일 뿐 정답이란 없다.

금융회사가 혁신적인 IT 정보를 얻고 이를 논리적으로 내재화시켜, 자신의 업무환경에 맞는 새로운 프로세스로 만들어내는 일은 사실 생각보다 무척 어렵고 힘든 일이다. 많은 땀과 열정, 시간이 투입된다. 또 그 과정에서 실무자들이 감내하기 어려운 시행착오도 무수히 나타나기 마련이다. 천신만고끝에 완성한 업무 프로세스라고 하더라도 불과 몇년이 지나면 변화의 사이클을 지나 수명을 다한다.

현재 국내 금융권에서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뱅킹 전환' 전략은 이처럼 금융회사 IT담당자들에겐 매우 무거운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경험하지않았던 핀테크(Fintech) 기반의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구현하는데 쏟아붇는 노력의 강도는 새삼 부연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지금 진행되고 있는 국내 금융권 '디지털뱅킹' 전략 구현에 있어 IT 담당자들이 느끼고 있는가장 큰 어려움은 아마도 ‘아직까지 참고할만한 정확한 좌표가 없다’는 점일 것이다.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이 과연 맞는 방향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더구나 디지털뱅킹이 아무리 화려한 기능으로 무장했더라도 결국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오히려 트라우마로 남을 뿐이다. 과거 은행권을 휩쓸었던 '스마트 브랜치' 가 그렇다. 현재진행형인 디지털뱅킹 전략도 예외일 수 없다.

대체적으로 8년~12년을 주기로 진행되는 금융 차세대 전산시스템 프로젝트의 경우, 기존 시스템의 문제점을 차기 버전에서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면 최소한 50%는 성공헸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방향성이 이미 어느정도 정해져 있다. 그리고 벤치마킹할 수 있는 대상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뱅킹 전략'은 그 자체로 모호하다. 그리고 같은 개념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기존과는 다른 각도에서 해석되기 일쑤다. 디지털뱅킹 전략을 2~3년간 중장기로 잡고 플랜을 짜내기가 구조적으로 여의치 않다.

금융 IT전문가들은 "어렵겠지만 디지털뱅킹 전략을 구현하려면 IT의 범위를 벗어난 질문부터 시도해야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오프라인 점포는 정말 비효율적인 것인가 ▲고객을 어떻게 정의해야하는가 ▲빅데이터시대에서 고객 정보는 어디까지가 유효한 것인가 ▲고객은 반드시 혁신적인 서비스를 좋아한다고 할 수 있을까. ▲블록체인과 같은 혁신적인 핀테크 기술은 어디까지가 적용가능한 수준이며 만약 성공적으로 구현되다면 기존 IT투자 전략은 완전히 수정돼야하는가, ▲인공지능(AI)은 언제부터 창구 직원을 대체할 수 있고, 과연 그것은 우리 입장에서 옳은 방향인가 등등 끊임없이 질문들이 올라온다. 어떻게보면 IT와는 관련이 없는 질문들이다.

다행히 이날 세미나에 주제 발표자로 나온 연사들은 이같은 부분에 대해 나름대로의 해법과 좌표를 제시했다고 평가된다.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참고할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NH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 김봉규 팀장은 오늘 8월 출시예정인 모바일뱅크서비스인 '올 원 뱅크(All-One Bank)에 대해 "모든 은행과 기관(기업)의 서비스가 하나되는 원스톱 모바일 융합 플랫폼 구축을 지향한다"고 말한다.

이날 NH농협은행이 밝힌 디지털뱅킹 전략의 지향점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으며 고객수가 시중은행보다 많은 농협의 특징을 고려한 것이다. 물론 농협은행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서비스가 가능한 모바일 융합 플랫폼이다. 은행뿐만 아니라 보험, 증권, 카드, 캐피탈 등 업종별 확장외에 교통, 교육, 커머스, 공공 부문까지도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NH농협은행은 이를 위한 기술적인 지원이 '오픈 API'전략을 통해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모바일뱅크서비스에선 향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하게 디테일한 서비스가 선보일 것인데, 결국 이를 가능하게 하기위한 기술적 지원은 오픈API 전략에 기반한 기능(서비스) 확장 전략을 통해서만이뤄지게 된다는 논리다.

한편 디지털뱅킹 시대에서 고객은 어떻게 재해석돼야하는가? 이는 논쟁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현시점에서는 매우 유효한 질문이다.

이와관련 한국테라데이타 이흥섭 상무는 '빅데이타 기반의 디지털뱅킹 혁신과 선진사례'의 주제발표를 통해, 보다 정교하게 변화된 '고객의 행동 패턴'을 설명했다. 서비스만 좋은면 고객은 도망가지 않고 항상 그자리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고객도 끊임없이 새로운 금융 정보를 찾고 있다.

웰스파고 은행이 'CSI(Customer Service Interaction) 360' 로 명명된 프로젝트를 통해 모든 접점에 맞물려있는 고객의 행동패턴을 분석해보면 고객이탈의 징후는 몇단계 앞서 보다 뚜렷하게 진단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디지털뱅킹 혁신의 방향성은 더 이상 물리적 변화만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또한 그것은 한 곳만을 향하는 직진성을 갖지도 않는다.

ATM을 이용하던 고객이 지문인식 방식을 이용해 삼성페이로 결제하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때로는 고객이 인공지능(AI)의 정교함보다는 사람과의 대화를 더 원할 수 있고, 여기게 체온을 실어줄 수 있는 서비스라면 더 좋은 결과를 낼수도 있다.

핑거의 이정훈 상무는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가급적 간단하고 안전하게, 편안하게, 고객 스스로가 금융회사로부터 보호받는다는 느낌의 프로세스 구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뱅킹 전략의 직진성만 강조하던 관념에서보면 분명 주목할만한 의미를 가진다. 물론 이것이 가능하려면 기존보다 훨씬 더 정교한 '개인화된 뱅킹서비스' 플랫폼 구축이 전제돼야한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디지털데일리 네이버 메인추가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