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전세계 1위 스토리지 업체 EMC와 2위 서버 업체 델이 결합했을 때 가장 큰 시너지를 낼 분야는 어디일까.
대부분의 IT업계 종사자들은 지난 몇 년 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컨버지드(통합) 인프라’라고 예측할 것이다. 하나의 시스템에서 컴퓨팅과 스토리지, 네트워크, 가상화, 클라우드 컴퓨팅 등 여러 요소가 결합된 컨버지드 인프라는 향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다.
최근에는 보다 쉬운 확장과 편의성을 갖춘 하이퍼 컨버지드 인프라 제품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면서, 더욱 다양한 IT업체에서 관련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EMC와 델 역시 이 분야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기업들이다.
EMC의 경우 일찌감치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이미 지난 2009년 EMC는 시스코와 VM웨어, 인텔 등과의 공동 출자를 통해 합작 법인(VCE)을 설립하고 ‘V블록’이라는 컨버지드 인프라 제품을 출시한 이후, 자회사인 VM웨어와의 협력을 통해 하이퍼 컨버지드 인프라 등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왔다.
델 또한 2011년 프라이빗 클라우드 구축을 위한 자체 제품을 출시한 바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뉴타닉스와 VM웨어의 하이퍼 컨버지드 인프라 제품(이보레일)을 자사 서버와 결합해 판매하고 있다.
그렇다면 언제쯤 양사의 제품이 결합돼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당장은 현실화될 것 같지 않다. 특히 현재 시스코의 x86 서버와 네트워크 스위치, EMC의 스토리지, VM웨어의 가상화 솔루션이 결합된 ‘V블록’의 경우, 시스코의 서버가 델의 서버로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난 매트 우스트빈 EMC 컨버지드 시스템 분야(VCE) 아태 및 일본지역 최고기술책임자(CTO)<사진>는 “V블록의 컴포넌트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가까운 미래에 델의 제품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V블록은 EMC가 시스코 등과 합작 설립한 VCE라는 합작법인을 통해 판매했지만, 지난해 시스코가 일부 지분을 빼면서 현재 EMC 산하 조직으로 들어와 있는 상태다. 현재 시스코의 지분은 10%에 불과하다. 때문에 델과의 인수합병이 발표됐을 때, V블록의 구성 컴포넌트가 델의 서버 및 네트워크로 바뀔 가능성이 점쳐졌었다.
그러나 우스트빈 CTO에 따르면, V블록의 컴포넌트는 유지될 확률이 높다. 그는 “물론 미래를 알 수는 없겠지만, 이미 V블록을 사용하는 고객이 많고 기존 컴포넌트에 대한 혜택이 큰 상황에서 이를 바꿀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EMC의 컨버지드 시스템 부문 매출은 3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V블록 이외에 V엑스레일이나 V엑스랙과 같은 하이퍼 컨버지드 인프라의 경우 델의 제품으로 교체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V엑스레일나 V엑스랙의 경우, EMC의 자회사 VM웨어의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SDDC) 구성요소를 결합한 하이퍼 컨버지드 인프라 제품이다. 현재 EMC는 대만의 주문자상표부착제품(OEM) 전문업체인 콴타의 서버를 활용해 이 두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만 보장이 된다면, 콴타의 서버 대신 델의 서버도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다만 구체적인 시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그는 자사 하이퍼 컨버지드 인프라의 경쟁사이자 델이 현재 판매 중인 뉴타닉스의 제품을 EMC 컨버지드 시스템 사업부에서 수용할 가능성에 대해선 “일부 영역에선 좋은 포인트 솔루션이지만, 현재 데이터센터에서 사물인터넷(IoT)으로 진입하고 있는 EMC의 입장에선 기존 제품과 이를 통합하는 복잡성 이슈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