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가 전략게임 스타크래프트 대전을 고민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게임 AI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9일, 구글 딥러닝 리서치팀을 이끌고 있는 제프 딘 시니어 펠로우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구글 딥마인드에서 게임을 통한 강화학습을 준비하고 있다”며 “스타크래프트에 접목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제프 딘 펠로우의 이 같은 발언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미 미국 내 AI 학회에서 ‘스타크래프트 AI 컴퍼티션·토너먼트’가 열리는 까닭이다.
현재 스타크래프트 AI 수준은 웬만한 아마추어 게이머에게도 이기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단 스타크래프트는 실시간 대결 게임이다. 바둑처럼 한번 씩 돌아가며 두는 턴(Turn)방식의 진행이 아니다. 게다가 바둑으로 치면 돌과 마찬가지인 개별 유닛의 움직임도 제한 없이 맵 내에서 어디든 움직일 수 있다. AI 구현 난도가 크게 올라갈 것이라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구글 딥마인드가 바둑 다음에 스타크래프트 대결을 고민 중인 이유도 이것으로 볼 수 있다. 알파고가 세계 최고의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와 대결해 승리할 경우 게임 AI 역사에서도 한 획을 긋게 된다.
◆엔씨소프트, 게임 속 캐릭터에 강화학습 AI 적용=온라인게임 최강국으로 꼽히는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국내에서도 AI 기술은 생소하게 여겨지고 있다.
현재 게임 속에 AI 기술을 적용한 업체는 엔씨소프트가 유일하다. 온라인게임 ‘아이온’에 이용자 수준에 맞춘 상대를 연결해주는 AI 매칭 기술을 적용했고 지난 1월 27일엔 ‘블레이드&소울(블소)’에 강화학습 기반의 컴퓨터캐릭터(NPC)를 적용했다. 구글 알파고와 같은 기술 기반이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김택진 대표가 AI 기술에 일찍 눈을 떠 지난 2012년에 랩(Lab) 조직을 만들었다. 지금은 연구센터로 승격됐다. 여타 게임사에선 이러한 움직임이 없었다. AI의 경우 당장 투자만 이뤄질 뿐 언제 돈이 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김 대표가 개발자 출신의 오너라서 가능했던 경영 계획이었다고 판단된다.
블소 AI는 총 100층으로 구성된 ‘무한의 탑’ 콘텐츠에서 이용자와 대결(PvP)을 벌이는 컴퓨터 캐릭터(NPC)에 적용돼 있다. 게이머가 AI NPC 제압에 성공하면 다음 층으로 올라가는 콘텐츠다. 이 NPC에 강화학습 AI가 적용되면서 사람과 같은 능동적이고 쉴 틈 없는 스킬 사용과 움직임을 보여주게 됐다. 이용자 실력에 맞춰 AI NPC 난이도가 자동 조정되기도 한다. 현재 블소 AI NPC의 실력은 사내 최고수를 이길 정도, 프로게이머에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엔씨소프트 측은 “기존의 라이브 게임은 물론 신규 개발 중인 게임에서도 여러 가지 재미있는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게임 플레이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그 밖에도 자연어처리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에도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넷마블, 모바일게임 서비스에 AI 활용=넷마블게임즈는 이용자 맞춤형 모바일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콜럼버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콜럼버스는 일부 게임에 적용됐으며 올해 넷마블의 모든 게임에 적용한다는 게 회사 측 계획이다.
콜럼버스의 개발 목적은 AI를 통해 이용자의 세세한 취향이나 성향, 상황을 인지하고 그에 맞춰서 게임이 서비스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특정 단계(스테이지)에서 반복적으로 실패하고 있을 때, 이용자 성향에 맞춰서 아이템을 추천해 빠르게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용자에겐 부족한 부분에 맞춘 적절한 성장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도 콜럼버스의 서비스 목적 중 하나다.
콜럼버스는 일반적인 게임 AI에 활용되는 ‘상태 기계 모델’(state machine model)에 기반을 두고 동작한다. 이용자 취향이나 성향, 상황을 구분하기 위한 이용자 상태 모델과 이용자 상태 각각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 규칙을 넷마블이 보유하고 있는 게임 빅데이터로부터 기계학습해서 활용하게 된다.
넷마블은 일반적인 게임 AI가 한정된 개수의 NPC 상태를 기획하고 상태별 행동 규칙을 수작업으로 구현하는 것과 콜럼버스의 AI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회사 측은 콜럼버스의 AI에 대해 “빅데이터로부터 추출된 여러 서비스 규칙들을 임의의 이용자들에게 적용해본 후 그 반응을 토대로 최적의 규칙이 무엇인지를 빠르게 학습하는 기능도 갖춰가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