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 ‘갤럭시 클럽’을 선보였다. 24개월 할부로 제품 구매 뒤 1년 후 스마트폰을 반납하면 신제품으로 교환해주는 것이 골자다. 남은 12개월 할부금은 반납한 스마트폰으로 대체한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 통신사가 떨떠름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왜 일까.
◆통신사, 갤럭시 클럽 부정적…왜?=11일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갤럭시S7’과 ‘갤럭시S7엣지’를 출시했다. 이와 함께 갤럭시 클럽 시행에 들어갔다. 갤럭시 클럽에 대한 통신사의 반응은 ‘평가절하’다. 삼성전자와 관계 때문에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기 꺼려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무모한 실험을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전자는 현재 갤럭시 클럽 가입을 삼성 디지털프라자를 통해서 받고 있다. 통신사와도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통신사가 갤럭시 클럽에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는 이유는 두 가지다. 갤럭시 클럽이 통신사의 단말기 유통 지배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과 선택약정할인 가입자 확대에 따른 매출 하락 우려다.
갤럭시 클럽은 삼성카드로 스마트폰을 사고 통신사는 이용자가 고르는 구조다. 즉 통신사를 통해 제품을 사고 해당 통신사에 가입하는 형태가 아니다. 제조사가 독자 유통을 하는 단말기 자급제에 해당한다.
◆자급제폰 증가, 통신사 제조사 역학관계 역전 기회=자급제 폰이 증가하면 통신사는 관련 매출 하락뿐 아니라 스마트폰 지원금을 미끼로 한 가입자 유치 전략 근본이 흔들린다. 제조사의 1차 고객은 통신사. 통신사가 원치 않는 일을 할 경우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또 독자 유통에 따른 비용 증가와 매출 불확실성이 커진다. 지난 2012년 5월 국내에 자급제가 도입됐지만 지지부진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는 디지털프라자 LG전자는 베스트샵이라는 자체 유통망을 통해 휴대폰 판매를 했지만 통신사 판매점 역할에 머물렀던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갤럭시 클럽이 인기를 끌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자급제가 힘을 받는다. 통신사(KT LG유플러스) 및 통신사 관계사(SK네트웍스)를 거치면서 놓친 이익을 고스란히 제조사 몫으로 돌릴 수 있다. 통신사 정책에 휘둘리는 것도 줄일 수 있다. 통신사 입장에선 고가 요금제 유치에 핵심인 애플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통제력을 잃게 되는 셈이다.
자급제폰은 통신사 지원금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구매자는 지원금 대신 요금할인을 받는 선택약정할인을 고르게 된다. 현재 선택약정할인 요금할인율을 20%. 지원금은 통신사와 제조사가 같이 재원을 마련한다. 요금할인은 온전히 통신사가 감당한다. 선택약정할인이 많아지면 제조사는 지원금으로 나가던 돈을 아낄 수 있다. 통신사 유통망에 주던 장려금도 감소한다.
◆선택약정할인↑, 통신사 매출 악영향·제조사 비용감소 요인=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 1월25일 기준 선택약정할인 누적 수혜자는 500만9447명. 선택약정할인이 많아질수록 통신사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은 떨어진다. 실제 2015년 4분기 KT를 뺀 SK텔레콤 LG유플러스 ARPU는 전기대비 역성장했다. 통신사가 이를 가속화 할 수 있는 갤럭시 클럽이 달가울 리 없다. 미래부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선택약정할인 전도사로 나선 셈이다.
한편 갤럭시 클럽이 부진할 경우 국내 휴대폰 유통구조 변화는 상당기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 점유율 1위 삼성전자의 대표 스마트폰이 독자 판매에 실패했는데 통신사에 밉보일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할 업체는 없다. 애플이 자급제를 병행하고 있지만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일부 해외 제조사가 자급제로 시장 진출을 노리는 것은 통신사가 관심을 갖지 않아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자급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장이 침체돼 있는 상황이어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고 한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 다른 나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