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연말 방송통신 시장이 시끄럽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 SK텔레콤이 케이블TV 1위 사업자 CJ헬로비전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하자 마치 호떡집에 불난 듯 여기저기서 M&A에 대한 분석, 평가, 조언 등을 쏟아내고 있다.
법적인 해석도 제각각이고 반대하는 이유도 천차만별이다. 단순하게는 경쟁에서 뒤쳐질까봐 우려하는 경쟁사의 일방적인 반대부터 전체적인 유료방송 시장, 그리고 더 넓게는 방송통신 융합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지는 곳들도 있다.
SK텔레콤도 여러 이유와 시장상황 등을 들어 인수합병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성장정체기에 빠진 통신산업, 가입자 기반의 경쟁 이외에는 별다른 가치를 주지 못하는 유료방송 까지. 경쟁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SK텔레콤 입장도 일견 설득력이 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이 충격적인 이유는 단순히 이종플랫폼간의 결합 때문만은 아니다. 만약 SK텔레콤이 이미 매물로 나온 씨앤앰을 2조원 이상에 인수합병하겠다고 했으면 이 난리가 났을까? 아마도 시장에 알려진 가격 그대로 씨앤앰을 인수한다고 했으면 아마도 경쟁사들은 우려는 커녕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지 모를 일이다.
CJ그룹이 CJ헬로비전을 매각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솔직히 쉽지 않다. 하지만 설마는 현실이 됐고,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시장과 정책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번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으로 국내의 열악한 유료방송 시장의 민낯이 드러났고, 융합을 수년간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을 따라잡지 못한 정부의 뒷북정책 또한 반복되는 모양새다.
정부는 십 수 년전부터 융추위 등을 통해 방송통신 융합시대를 준비해왔고 정보통신부를 해체하고 방송통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IPTV를 출범시켰고 특별법의 보호아래 시장에 안착시켰다. 하지만 케이블TV에서 그나마 가장 잘나갔던 사업자의 포기 선언은 현 유료방송, 방송통신 융합 시장의 현재를 잘 설명해준다. 플랫폼간 경쟁을 통해 전체 시장을 성장시키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이미 한쪽으로 쏠린 채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
혼란은 예측불가능에서 온다.
예측하지 못한 인수합병에 유료방송 시장이 들썩이는 것은 사업자나 정부나 모두 미래의 변화에 아무런 준비가 없었음을 의미한다. 방식과 목적은 차치하더라도 변화하지 않고 제자리에 안주하면 결국은 서서히 퇴출될 뿐 이라는 것을 인식한 SK텔레콤과 CJ그룹의 과감한 결정은 앞으로 방송통신 시장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될 수도 있다. 이 흐름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길라잡이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이 정부다. 과거 정부가 직접 CDMA 등을 이끌며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경험해보지 못한 변화에 시장이 우왕좌왕할 때 제대로 된 이정표 역할을 해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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