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방송사간 분쟁에 또 다시 시청자가 볼모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수년간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TV간 분쟁이 반복되고 있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중재, 조정능력에도 기댈 수 없는 상황이다.
디지털 케이블TV에서 MBC의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 중단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양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협상이 극적 타결되지 않는 한 케이블TV 가입자들은 내일부터 3주가 지난 무료 VOD는 물론, 유료 VOD도 볼 수 없게 된다.
지난 24일 케이블TV에 지상파 VOD를 공급하고 있는 케이블TV VOD의 최정우 대표는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최 대표에 따르면 MBC는 27일 자정, KBS와 SBS도 28일 이후 케이블TV에 VOD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양측의 갈등의 핵심은 콘텐츠 대가문제다. 지상파는 케이블TV에 정액으로 지불하던 무료 VOD 대가를 앞으로는 가입자당지불방식(CPS)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올해 무료VOD 대가는 전년대비 15% 인상과 개별SO 제외 등도 요구했다.
케이블TV는 일단 정액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수용했다. 하지만 2016년부터 대가방식을 CPS로 바꾸는 것과 개별SO 제외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추후 논의하자는 입장이지만 지상파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결국, 지상파는 케이블TV에 무료 및 유료VOD 공급중단을 통보한 상태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요구대로 가격을 인상해주겠다는데도 방송을 끊겠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심보냐”며 “자기들의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는다고 시청자를 볼모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케이블TV지만 지상파 방송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한 케이블TV 시청자의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업자간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곳은 정부가 유일하다. 하지만 정부에는 아무런 권한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매년 대가분쟁이 발생하며 수많은 시청자의 피해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사업자간 자율 협상이 우선”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지난 2012년 1기 방송통신위원회 시절 실시간 지상파 방송이 블랙아웃 된 적이 있었다. 정부의 강한 제재 시사로 방송이 재개됐지만 법적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이후로 방송중단 가능성은 끊임없이 반복됐다.
이에 방송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방통위가 대가기준에 대한 연구부터 의무재송신 채널 범위 지정 등 제도개선에 나섰지만 결과물은 아무것도 없었다. 특히, 대가 협상까지는 정부가 개입하지 못하더라도 방송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추진했던 직권조정 및 재정제도 조항도 이번 방송법 개정안에서 제외된 채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는 방송사업자간 분쟁으로 방송중단 등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당사자의 신청이 없어도 정부가 조정절차를 진행하기 위해서 직권조정 등을 추진했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여기에 부처별로 나뉘어져 있는 정책이나 VOD 등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정책방향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VOD의 경우 시청자 입장에서는 방송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부가통신서비스로 분류된다. 그러다보니 방통위의 방송정책국이 이번 건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정책국이 소관 업무다. 또한 유료방송이 방송을 중단했을 때는 미래부 소관이고 지상파가 공급을 중단하면 방통위가 맡아야 한다. 방송정책이 미래부, 방통위로 이원화돼 있어 가끔은 부처간에도 업무 담당에 대해 헷갈리는 경우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방송인데 법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며 “방송통신 융합이 진행되고 있지만 법체계는 따로따로인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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