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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출시되는 아이패드 프로, 펜이 끼칠 영향은?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애플 ‘아이패드 프로’가 세상에 공개됐다. 예상대로 12.9인치 화면크기에 2732×2048 해상도를 지원하는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나 카메라, 플래시 메모리 등 기본적인 사양보다는 ‘애플펜슬’이라 부르는 스타일러스펜이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애플이 스타일러스펜을 도입한 것은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스마트 기기에서는 처음이며 전체 역사를 곱씹으면 1993년 출시된 ‘뉴턴’ 이후 22년 만이다.

아이패드 프로의 애플펜슬이 공개되면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이 고(故) 스티브 잡스의 이른바 ‘스타일러스펜 무용론’이다. 실제로 잡스는 2007년 첫 아이폰을 발표하면서 “도대체 누가 스타일러스를 쓰고 싶어하는가? 가지고 다녀야 하고, 잃어버릴 수도 있고, 완전히 별로다”라며 “세계 최고의 포인팅 기기를 쓸 것이고 우리 모두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손가락이 바로 그것”이라고 강조한바 있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곧바로 이어진 잡스의 설명에서 그가 언급한 혁신적인 3가지 사용자 인터페이스(UI)인 마우스, 클릭 휠, 멀티터치는 남의 제품을 베끼거나 특허 소송에서 패배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마우스는 더글러스 엥겔바트가 처음으로 만든 것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고 아이팟 등에 쓰이던 클릭 휠은 일본 발명가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결이 났다. 멀티터치의 경우에도 여러 지역에서 특허 무효 판정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아이패드 프로에 스타일러스펜을 사용한다고 해서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뉴턴만 하더라도 잡스가 다시 애플로 돌아왔을 때 관련 팀을 해체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면서 아이패드 개발의 밑거름으로 활용한 전력이 있다. 그러니 누가 먼저 어떤 기술을 내놓은 것을 일일이 따지지 말고 왜 썼는지를 곱씹어봐야 한다.

먼저 스타일러스펜의 기본 조건은 터치스크린 유무에 달려 있다. 뉴턴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과 차이가 있다면 당시에는 아날로그 방식인 압력을 감지하는 감압식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우선 터치스크린은 크게 디지털과 아날로그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디지털 방식은 전자유도식, 매트릭스 스위치, 적외선, 금속 세선 매립으로 나뉘며 아날로그 방식으로는 저항 변화, 진동 지연, 초음파, 감압식 등으로 분류된다.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터치스크린 방식은 전자유도식과 감압식이다.

감압식은 전자유도식과 달리 전용 스타일러스펜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며 손가락이나 기타 다른 물체로 터치스크린을 누를 수 있어 편리하다. 하지만 필기 인식 및 그래픽 작업과 같이 섬세한 움직임이 전자유도식에 비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전자유도식은 X(가로), Y(세로) 좌표를 가진 일정한 크기의 센서를 디스플레이 패널 뒷면에 장착한 것으로 자기장을 인식한다. 자기장은 전용 스타일러스펜 내부에 장착되어 있는 코일에서 발생하며 전력소비량이 적고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아 가볍고 깔끔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필기감이 우수하고 누르는 힘에 따라 압력을 단계적으로 감지할 수도 있다. 현존하는 대부분의 스타일러스펜이 이 방식을 이용한다.

또한 전자유도식은 섬세한 작업이 가능해 그래픽 디자인용으로 널리 쓰인다. 재미있는 사실은 자기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전용 스타일러스펜이 터치스크린에 닿지 않아도 포인터를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애플펜슬뿐 아니라 삼성전자 ‘S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S펜과 달리 애플펜슬은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다. 이는 애플펜슬이 능동형 스타일러스펜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애플은 자세한 사양을 밝히지 않았지만 미루어 짐작하건데 애플펜슬은 얇은 팁(펜촉)으로도 작동하는 스타일러스펜을 염두에 뒀다고 봐야 한다. 이미 관련 특허를 2012년부터 준비해왔다는 점에서 잡스는 자신이 만든 뉴턴을 계승하는 새로운 스마트 기기를 고려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다만 이 방식에 있어 멀티터치를 가능하게 하는 정전식 터치스크린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에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었고 와콤이 장악하고 있는 수동형 스타일러스펜에 대한 특허를 피해가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애플이 등록한 특허를 살피면 와콤보다는 마이크로소프트(MS) 서피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엔트리그’ 스타일러스펜의 그것과 엇비슷하지만 필기압력(필압), 반응속도, 기울기 인식, 팁 등에 있어서는 와콤을 상당히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태블릿 시장의 핵심은 부가가치 높이기…장기전 포석=재미있는 점은 와콤이 이미 아이패드용 스타일러스펜을 판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제품이 아이패드 에어2 이전 모델까지만 지원이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와콤에서 판매하고 있는 가장 높은 사양의 ‘인튜어스 크리에이티브 스타일러스2’는 아이패드 에어1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 아이패드 에어2가 공급된 이후 와콤 사용자들은 당연히 스타일러스펜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세계적으로 불만이 쏟아진바 있다. 애플이 의도적으로 와콤 스타일러스펜 적용을 막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적어도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적인 문제라는 점이 명확한 상황이어서 아이패드 프로에서의 애플펜슬 지원은 당연한 수순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아이패드 프로의 애플펜슬은 왜 지금 나타났을까. 애플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애플은 태블릿 시장이 부진이 이어질 것을 나름대로 대비하면서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왔으며 교육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패드는 2011년부터 지적장애 교육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전부터 여러 지적장애에 PC가 쓰이던 것은 일반적인 일이었고 아이패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누구나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었다. 핵심은 스마트 기기를 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현장에 적용이 가능하냐다. 애플 앱스토어에는 수십 가지 이상의 지적장애 관련 앱이 올라와 있다. 대부분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다. 폐쇄성은 의외의 결과물로 여러 학생이 사용하는 공용 기기 입장에서 보면 환영할만한 부분이다. 상당수의 교육용 PC가 초기 상태에서 벗어나 관리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이오에스(iOS)는 상대적으로 이용하기가 손쉽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관련 업계에서 배터리를 이용한 스타일러스펜으로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HTC ‘플라이어’는 대표적인 실패작이고 MS 서피스는 스타일러스펜이 기본으로 제공되지 않는다. 물론 애플펜슬도 옵션이지만 지금까지로 보면 아이패드 프로뿐 아니라 아이패드 에어2 이후에 출시된 모델에서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배터리가 없는 수동형 스타일러스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 시리즈다. 그렇다고 S펜이 쓰인 태블릿이 크게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애플의 이러한 행보는 다분히 교육, 그리고 전문가 시장을 집중적으로 노렸다고 봐야 한다. 막강한 플랫폼에서 나오는 콘텐츠에 승부를 걸겠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후의 태블릿 시장은 애플펜슬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교육, 그리고 전문가 시장으로 양분될 가능성이 높다. 양극화를 부채질한다는 의미로 기존 아이패드는 단종시키거나 중저가 라인으로 배치할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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