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국내 게임산업의 중국 종속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 자본은 이미 수천억원이 국내에 흘러들어와 있고 이제 게이머 대상의 B2C 시장에서도 중국 게임의 점유율이 날로 높아지는 추세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웹게임의 전철을 밟을지 우려가 되는 대목이다.
수년전 웹게임이 크게 유행하던 시절, 국내 대형·중소 업체 가릴 것 없이 모두 중국산 웹게임을 수입, 서비스했었다. 국내에선 개발 사례도 뜸한데다 간혹 국내산 웹게임이 있어도 퍼블리셔(유통사)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에서 값싸게 웹게임을 들여와 손익분기점(BEP)을 맞춘 뒤 서비스를 접거나 다음 웹게임을 들여와 매출을 확보하는 업태가 되풀이됐다. 이 와중에 대박이 터지길 바라는 한탕주의도 만연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다보니 국내 웹게임 산업 자체가 붕괴됐다. 현재 국내 웹게임 시장은 100% 중국산이 점령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성장성이 만만치않은 이 시장을 그대로 중국에 내준 셈이 됐다.
지금 모바일게임 시장을 보면 웹게임이 유행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과연 수조원대 규모로 평가받고 있는 모바일게임 시장도 그렇게 흘러갈까. 확답은 이르지만 현 상황만 보면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 로켓모바일이 야심작 ‘고스트’를 대외에 소개했다. 고스트는 대규모 마케팅에 힘입어 시장의 기대감이 어느 정도 형성된 게임이다. 이 회사가 고스트의 마케팅 포인트로 잡은 부분은 ‘실시간 동기화’ 콘텐츠다. 모바일게임 최고 수준의 대규모 실시간 전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중국 개발사들의 앞선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더욱이 이 회사가 내세운 고스트 이후 야심작들은 모두 중국산 게임이었다. 후속 타이틀중 에 자체 개발작도 있었지만 콘텐츠의 무게감으론 중국 게임에 밀린 분위기다. 회사 측도 “퍼블리싱으로 시장에 안착한 뒤 자체 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게임의 성공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얘기다.
걱정되는 부분은 로켓모바일을 포함한 상당수 중소·신생 업체들이 대동소이한 방식으로 시장 진입을 노린다는 것에 있다. 이들 업체의 국내 시장 공략의 첨병은 바로 중국산 모바일게임들이다.
물론 이를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 첫 성공을 통해 업계에 자금이 유입되고 후속 개발작이 나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가 또 다시 중국산 게임을 수입하는데 비용 투입을 되풀이하는 등 ‘쉬운 길’로만 가려고 할 경우 웹게임 시장의 역사가 재현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국내 게임산업은 이제 중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네오위즈게임즈와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기업들이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맬 당시 중국에서 크게 성공한 스마일게이트와 중국 게임업체들의 국내 지사들이 상당수 인력을 흡수한 것만 봐도 그렇다.
이들 업체가 아니었다면 게임업계 채용 시장에 한파가 몰아쳤을 것이다. 중국이 없다면 ‘인재가 모든 것’인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까지 왔다는 방증이다.
우리나라와 중국 간 게임산업 역전은 이미 시작됐다.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는 게임 시장에서 늦었단 판단이 섰을 땐 돌이키기 힘든 경우가 많다. 정부 지원책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업계의 고군분투하겠단 마음가짐이 시급하다. 늦기 전에 국내 업계가 경각심을 가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