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최근 국내 모바일게임 매출 상위권에 외산 게임들이 부쩍 눈에 띄고 있다. 주로 중국과 미국산 게임들이다. 본사나 국내 지사를 통한 직접 진출은 물론 국내 업체들이 수입해오는 게임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물론 국내외를 막론하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토종과 외산을 구분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업체들도 국외 진출을 활발히 추진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흥행 성과다. 미국과 중국 현지 앱 마켓 매출 상위권을 보면 국내 개발 게임을 찾기가 쉽지 않다. 현지 게임들이 상위권을 거의 독차지하고 있다. 반면 외산 게임들은 국내에서 굵직한 성과를 기록 중이다. 해가 거듭될수록 성공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우려했던 산업 역전 현상이 본격화된 것이다.
10일 국내 구글플레이 최고매출 20위 내 순위를 보면 ‘뮤오리진’, ‘클래시오브클랜’, ‘도미네이션즈’, ‘캔디크러쉬소다’, ‘클래시오브킹즈’, ‘하스스톤’ 등 6종의 외산 게임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모두 장기 흥행작들이다. 조만간 나올 ‘난투’와 ‘백발백중’ 등 업계에서 손꼽히는 기대작들도 중국 게임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선 모바일게임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갈수록 앱 마켓 매출 상위권 진입이 힘들어진다는 게 업계 대체적인 반응이다. ‘2014년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올해 국내 모바일게임이 시장은 2조5000억원 규모를 넘지 못하다 내년에 이르러 처음으로 역성장을 맞게 된다.
이는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서 발 디딜 곳이 좁아진다는 얘기다. 국내 성공을 발판으로 글로벌 진출을 추진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글로벌 시장으로 직행하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은 선택이다. 컴투스의 ‘서머너즈워’를 제외하면 대형 업체들도 국외 성공 사례가 드물다. 중소 업체들도 현지 퍼블리셔를 통해 국외 진출을 타진하지만 아직 성공 사례가 손에 꼽힌다. 냉정하게 보면 국내 업체들의 게임 개발력이 현지 이용자 성향이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국내에선 중국의 모바일게임 개발력을 재확인하는 사례도 나왔다. 최근 들어 국내 모바일게임에 수십명 단위의 보스 레이드(집단전투) 구현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뮤오리진엔 최대 200명이 참여할 수 있는 대규모 공성전 콘텐츠가 적용된 것이다. 뮤오리진 공성전은 수개월 전에 현지 시장에 적용된 콘텐츠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모바일에서 공성전을 구현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며 놀란 반응을 보였다. 중국의 게임 개발력이 국내를 넘어섰다는 것은 업계 내에서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미국 빅휴즈게임즈가 개발한 도미네이션즈는 최근 시장에서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국내 대다수 모바일게임이 채택하고 있는 뽑기(확률형) 아이템이 없기 때문이다. 이 게임엔 건물을 짓는 시간을 단축하는 등의 간단한 유료화가 적용돼 있다.
이에 업계에선 초반 매출 순위가 나오기 쉽지 않다는 예상이 나왔으나 도미네이션즈는 10일 현재 구글플레이 매출부문 8위에 올라있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콘텐츠의 완성도와 재미 측면에서도 호평을 얻고 있다.
이렇듯 한동안 변화가 없던 10위 내 매출 순위에 도미네이션즈가 두각을 나타내자 업계에선 ‘우리는 이런 게임을 못 만드나’라는 아쉬운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도미네이션즈는 같은 전략 장르이자 또 다른 외산 게임 ‘클래시오브클랜’과의 순위 다툼도 주목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