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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태블릿·스마트폰·시계…애플의 ‘인해전술’, 의미는?

- 잡스 마케팅서 전방위 예측불가 제품 전략 선회…3위권 업체, 악재 가중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애플이 9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TV 태블릿 스마트폰 시계 등 신제품을 공개했다. 운영체제(OS) 새 버전도 소개했다. 애플이 OS와 여러 종의 신제품을 동시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마트기기 분야 경쟁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제품 역시 애플이 그동안 고수했던 여러 원칙을 깼다. 선두권 업체도 돈을 벌기 위해선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애플의 변화는 삼성전자와 양강체제를 공고히 할 전망이다. LG전자 화웨이 소니 등 3위권 업체 어려움은 더 가중될 전망이다.

이번 애플 신제품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인해전술’이다. 애플은 ▲스마트TV ▲태블릿 ▲스마트폰 ▲스마트시계 등 4종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애플이 PC와 각각을 함께 내놓은 적은 있어도 스마트기기 제품군 전체를 하나로 묶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 일반화 된 ‘선택’과 ‘집중’ 마케팅을 먼저 시작한 곳이 애플이다. 한 번의 행사에서 모든 제품을 공개하는 것보다 1종의 제품에 초점을 맞춰 관심을 극대화 하는 것이다. 대신 행사를 여러 번 해야 해 비용 부담이 크다. 발표한 제품이 실패하면 실적 부담이 커진다. 이번 애플의 전략은 이제 애플도 무엇이 성공할지 모르는 상황서 단품 위주 행사가 부담스러워졌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애플은 가장 최근 출시한 ‘애플워치’가 기대만큼 활약을 하지 못했다.

두 번째 특징은 ‘혁신’이다. 애플은 혁신이라는 이미지를 제품 판매로 가장 잘 연결하는 회사 중 하나다.

그러나 혁신적이라는 판단은 소비자가 한다. 기업이 혁신이라고 주장해도 소비자가 아니라면 끝이다. 혁신이 성공하고 실패하는 것은 여기에 달렸다. 애플은 이번 제품 발표에서 그 어느 때보다 혁신을 강조했다. 문제는 그 어느 때보다 혁신을 직접 말하고 있다는 것. 애플이 주장한 수많은 혁신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스마트폰 쪽 터치입력방식 ‘3차원(3D)터치’다. 입력 강도까지 조작법에 녹인 것이 특징이다. 다만 강도 차이에 따른 변화가 아직 확실치 않다. 혁신 전도사를 자처하는 기업치고 제대로 혁신에 성공한 기업은 없다.

세 번째 특징은 적의 장점을 대거 채용했다는 점이다. 사실상 애플 창업주 고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최대 마케팅 포인트다. 그가 남긴 것이 회사의 절대가치는 아니다. 변화할 때 변화치 않으면 망한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은 지금이 잡스의 그늘을 벗어날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 스마트TV는 구글의 안드로이드TV나 TV제조사의 스마트TV 수준이다. 애플이기 때문에 화제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후광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혼자 나오는 것보다 다른 제품과 같이 등장하는 편이 유리하다.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와 애플 펜슬은 삼성전자의 강점을 흡수했다. 삼성전자의 S펜을 탓하는 것보다 따라하는 것이 맞으면 따라하는 것도 경영진이 해야 할 결정 중 하나다. 회사 성장을 위해선 자존심을 버려야할 때가 있다. 노키아 LG전자 소니 등 기존 휴대폰 업체가 그들만의 것을 고수해 스마트폰 시대 오판을 거듭했던 것에 비하면 훨씬 현명한 전략이다.

에르메스와 협업한 애플워치 역시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 관심에서 멀어진 상품을 부각시키기 위해 명품업체와 손을 잡는 것은 애플이 아닌 기존 업체가 흔히 쓰던 방법이다. 금을 입힌 LG전자 ‘워치어베인 럭스(약 140만원)’과 에르메스의 이름을 빌린 애플의 ‘애플워치(145~199만원)’<사진> 중 어떤 제품이 인기일까. 명품업체와 협력은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휴대폰 시대 노키아 등을 잡기 위해 흔히 썼던 방법이다. 소비자는 금이 아닌 이름을 산다.

한편 애플의 이번 전략은 애플만의 것을 희석하고 기존 업체가 취했던 방식을 흡수하는 기업 운영방식의 변화이기도 하다. 애플은 모바일 업계 최대 이익을 구가하고 있지만 애플이 독점적 OS를 소유하고 있는 것에 힘입은 바가 크다. 애플은 시장이 파편화되는 것보다 삼성전자와 양강체제로 대립하는 것이 비용을 최소화하며 수익을 극대화하기 유리하다.

애플의 이 전략이 성공하는 것은 현재 업계 판매량 1위 삼성전자에게도 나쁘지 않다. 애플과 고가 시장을 양분하거나 애플의 바로 밑 시장을 독점하면 된다. 애플보단 적지만 안드로이드 진영 수익 대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

문제는 나머지 시장에서 싸우는 나머지다. 애플이 기업운영과 유통에 관한 방식을 기존 업체처럼 할 경우 그나마 그 틈새를 공략했던 이들은 설 곳이 없다. 애플은 특정 분야 특정 제품을 특정 시기에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확실히 했다. 피해갈 수도 없다. 이들은 애플과 삼성전자처럼 충성도 있는 고객도 없다. 평범해진 애플은 2차 업계 재편 신호탄이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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