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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합병반대 ‘엘리엇’, 글로벌 IT시장에서 악명높은 이유

-EMC, 시트릭스, 주니퍼, 넷앱 등 주식 확보하고 경영 전략 및 이사회 쥐락펴락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해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정체성에 시장이 관심이 높다. 단순히 삼성 경영승계 과정에서 약싹빠르게 기회를 잡은 ‘단타꾼’인지 아니면 그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는 ‘고수’인지 견해가 엇갈린다.

하지만 글로벌 IT시장에서 나타난 엘리엇의 전투력은 만만치 않다. 삼성으로선 만만치 않은 상대일 수 있다.

엘리엇은 이미 글로벌 IT업계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동주의 투자자(Activist investor)’로 악명이 높다. 무엇보다 엘리엇은 현재 글로벌 IT업체들에게도 요주의 대상이다. 이미 엘리엇은 전세계 1위 스토리지 업체인 EMC를 비롯해 가상화 소프트웨어(SW) 업체인 시트릭스, 넷앱, 주니퍼, 리버베드테크놀로지 등의 주요 주주로 등재된 상태다.

엘리엇은 리눅스 전문기업인 노벨과 IT관리 소프트웨어(SW) 업체인 BMC를 사모펀드에 매각한 전례가 있으며, 지난해 EMC에 이어 최근에는 시트릭스에 전략 변화를 주문하며 압박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네트워크업체 주니퍼도 2014년 엘리엇의 권고에 따라 자사주 매입과 인력 감원은 물론 최고경영자(CEO)까지 교체해야 했다.

넷앱의 경우 이로 인해 지난 2013년 사상최대 규모인 약 900여명을 인력을 감원하기도 했다. 비용절감 등을 통한 주가상승이 목적이었다. 당시 엘리엇은 넷앱 주식의 5%를 확보했으며, 자사주 매입 규모를 16억달러에서 30억달러까지 높였다.

우선 지난 몇 년 간 엘리엇의 행보(?) 중 가장 주목받은 경영 참여는 EMC의 자회사 분리 권고다. 지난해 7월 EMC는 엘리엇으로부터 가상화 및 클라우드 부문 자회사인 VM웨어를 분리할 것을 권고받았다.

당시 엘리엇은 EMC 지분의 약 2%에 해당하는 10억달러 이상 주식을 확보하고 알짜배기 자회사인 VM웨어를 스핀오프(Spin-off)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EMC가 약 8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VM웨어를 분리시킴으로써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EMC는 지난 2004년 가상화 업체인 VM웨어를 인수한 이래 독립적인 형태의 자회사로 운영해 왔으며, 이는 엔터프라이즈 인수합병(M&A)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EMC는 최근 VM웨어 및 또 다른 빅데이터 플랫폼 자회사 피보탈의 연합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며 관련 영업을 강하게 드라이브하고 있다.

그러나 EMC 조 투치 회장은 몇 개월 간의 검토 끝에 엘리엇의 요구를 공식 거부했고, 결국 엘리엇은 지난 1월 EMC 이사회에 2명의 독립이사를 추가하는 조건으로 VM웨어 분사요구를 자제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지난 11일에는 가상화 및 네트워크 업체인 시트릭스를 압박하고 나서면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최근 시트릭스의 지분 7.1%를 확보한 엘리엇은 시트릭스 이사회에 주가 상승 방안을 요구하는 이메일 서한을 보냈다.

엘리엇은 “시트릭스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클라우드와 같은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면서 집중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제품 및 비즈니스 매각 또는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주가를 올릴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이를 통해 내년 말이면 주가가 90~100달러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 업계에서는 “보통 엘리엇과 같은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5% 가량의 기업 주식을 확보하고 임원들과 이사회를 쥐락펴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폴 싱어에 의해 설립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현재 26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평균 14%의 수익율을 내고 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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