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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파상공세로 긴장고조…삼성그룹의 고민은?

-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 우호지분 확대…삼성 경영권 승계 시험대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블랙잭 테이블 위의 베팅 금액은 점점 쌓이고 게임의 긴장감은 최고점을 향해 치닫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어느 순간, 판이 허무하게 정리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크다.

삼성물산을 놓고 삼성그룹과 미국계 헤지펀드의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본격적인 진검 승부에 들어갔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보면, 현재 삼성그룹은 기본적으로 '엘리엇이 경영권 분쟁 카드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결국은 주식의 시세차익을 노리고 접근한 약삭빠른 헤지펀드에 불과하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엘리엇의 파격적인 행보에 대응하고 있는 삼성측의 행보가 이를 말해준다.

지난 10일 삼성물산은 자사주 899만557주(지분율 5.76%)를 KCC에 매각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삼성물산은 주당 7만5000원 총 6742억9177만5000원에 KCC에 이 지분을 넘겼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에게 매각하면 의결권이 살아나기 때문에 엘리엇측과 본격적인 세대결로 가게된다면 막강한 우군이 될 수 있다. 삼성으로선 일단 세과시를 통해 엘리엇측에 1차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물론 이에 맞대응해 엘리엇측은 11일 삼성물산이 KCC에 자사주를 매각하는 것을 막기위한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KCC에 자사주 매각 제안을 한 것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불법적인 합병과 관련해 절박한 상황에 처한 삼성물산과 이사진 및 관계자들의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불법적인 시도”라고 주장했다.

앞서 엘리엇측은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에 대해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앞으로도 양측은 다양한 형태로 서로를 압박하기 위한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같은 엘리엇의 적극적인 행보와는 별개로 시장 일각에선 엘리엇이 어느 시점에서 판을 접고 상황을 정리할지에 대해서도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외형상 외국인 지분이 30%가 넘는 삼성물산의 지분구조만 놓고 보면, 논리적으로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이 무산될 수도 있지만 증권가에선 이 가능성을 높게 보지않고 있기 때문이다. 외인 지분 전체가 엘리엇에 동조해야하는 것을 전제로 해야하는 이 경우의 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또한 삼성물산의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헤지펀드의 주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도 적다.

결국 전체적인 모양새는 지난 2003년 SK와 소버린의 분쟁과 흡사해졌다. 당시 주식 매집을 통해 SK의 2대 주주로 등극한 소버린은 SK측에 투명한 경영권을 요구하면서 장기전에 돌입할 태세였지만 SK측에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자 돌연 시세차익을 남기고 판을 정리했다. 증권가에선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이 원안대로 처리될 경우, 삼성물산 주가는 즉시 경영권 분쟁 소재가 소멸하면서 급락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현재 삼성이 우려하는 것은 엘리엇의 공세와는 별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룹 3세 경영승계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는 것이다.

그동안 삼성측은 이재용 부회장<사진>을 중심으로 속도감있게 경영승계 및 그룹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해왔지만 앞으로 이를 완결시키는 과정이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선 곤혹스러울 수 있다. 특히 아직 와병중인 이건희 회장의 상황을 고려해 발빠르게 승계작업을 마무리지으려 했던 삼성그룹의 입장에선 쉽지않은 악재를 만난 셈이다.

한편으론 시장 일각에선 ‘엘리엇이 올해 초부터 시작된 엘리엇의 삼성물산 지분 매집에 삼성측이 너무 안이한 대응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번 엘리엇 사태 전개와 관련해 위기관리측면에서 삼성그룹 내부적으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에게 삼성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 외에도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 등이 여전히 최대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이 과정에서 또 다시 이번 앨리엇 매니지먼트과 같은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이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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