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산은행 오남환 CIO (부행장)
“그룹 최고경영진의 IT에 대한 믿음과 직원들의 열정” … BNK 부산은행 변혁을 이끄는 힘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BNK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부산은행의 IT전략은 매우 역동적이다.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에 이어 지난해에는 약 200억원이 투입된 신인터넷뱅킹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올해에는 스마트금융 및 채널 전략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고, 또 내년에는 BNK금융그룹 전 계열사의 IT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통합관리할 수 있는 통합데이터센터 구축에 그룹의 역량을 집중시킬 계획이다.
국내 금융지
주회사형 금융그룹이 대부분 그렇듯, 그룹내 은행 계열사들의 역할이 그룹의 시너지를 창출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부산은행의 IT전략을 총괄하고 있는 오남환 부행장(CIO. 사진)는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BNK금융그룹의 과감한 IT역량 표출이 가능한 것은 그룹 최고경영진의 IT에 대한 믿음과 직원들의 열정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BNK그룹의 통합데이터센터 구축, 신인터넷뱅킹시스템 가동, 스마트금융 강화, 혁신적인 IT전문가 제도의 도입 등은 최고 경영진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
금융권에서는 성세환 BNK금융지주 회장(부산은행장 겸임)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IT인프라 도입 결정에 많은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는 2016년말, 부산 강서구 미음지구내에 오픈 예정인 BNK금융그룹의 통합데이터센터는 규모가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2배 이상 커진 것도 이 때문이다. 그룹 관계자들과 함께 통합데이터센터 부지를 직접찾아 현장을 답사하던 성 회장이‘앞으로 BNK금융그룹의 장래를 생각하면 최소 이 정도는 돼야하지 않겠나’며 규모를 키우도록 주문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실제로 성 회장의 예언대로 BNK금융그룹은 지난해 경남은행을 우리금융으로부터 인수하는 데 성공했고, 자산 80조원 규모의 외형으로 커졌다. 이는 국내 지역기반 금융지주회사중 최대 규모다.
올해부터 BNK그룹은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투 뱅크(Two Bank)’ 체제를 본격 출범시켰다. IT전략의 역동성 못지않게 이제는 부산, 경남은행간의 IT부문 시너지 창출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 부산은행은 올해 1월, 기존 IT본부의 수장을 본부장에서 부행장급으로 격상시켜 IT조직에 더욱 힘을 실었다.
주변에서는 BNK금융그룹의 IT전략과 관련, CEO와 CIO의 코드가 잘 맞는 것 같다는 얘기한다. 이에 대해 오남환 부행장은 “회장님이 상당히 빠르게 움직이신다”고 말했다.
본지는 오 부행장으로부터 상당한 변혁기를 겪고 있는 BNK금융그룹과 부산은행의 스마트금융 전략과 여러 IT 현안들에 대해 들어보았다.
오 부행장은 인터뷰에서 내부 IT인력의 육성문제와 IT거버넌스의 질적 성장, 투 뱅크 체제하에서의 IT시너지 효과, 인터넷전문은행을 포함한 스마트금융 전략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현장’을 중시하는 실무형 CIO로 손꼽히는 오 부행장은 국내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IT품질관리부장을 역임했으며, 당시 CMM 레벨3를 최초로 획득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앞서 2012년까지 2년간 BS금융정보시스템(현 BNK시스템) 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다음은 오남환 부행장과의 일문일답
▶부산은행은 국내 금융권의 일반적인 방향과는 달리 IT아웃소싱을 확대하기 보다는 은행 내부 IT직원들의 역량을 키우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는 시중은행들과 생각이 약간 다르다. 은행 내부 직원들의 IT역량이 강해져야만 궁극적으로 IT의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IT외주 인력들이 지방에 장기 근무하기를 꺼리는 것도 자체 IT인력의 능력을 확실하게 키우는 이유다.
부산은행은 IT 부부장급도 직접 코딩을 한다. 역량이 뛰어난 IT직원들이 직접 IT개발 프로젝트시 실질적인 거버넌스를 발휘할 수 있고, 효율적으로 외부 개발자들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IT인프라 투자 보다 IT인력 투자에 더 많은 정성을 쏟고 있다. 현재 앱 전문가를 많이 육성하고 있는데 은행 정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모바일영업지원시스템의 경우 외주업체 개발의뢰없이 직접 부산은행 IT 직원들이 개발한 것이다.
특히 부산은행은 IT직원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IT전문가’로 인정해주고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IT전문가는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지점에 나가지 않고 IT본부에서 근무한다. 전문가는 어쨌거나 전문가로 활용해야한다는 생각이다. 10년, 20년의 업무 노하우가 직원이 나가면 없어져버린다. IT조직과 은행 전체적으로 손해다.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 CIO께서 ‘IT조직 운영과 IT거버넌스’역량 강화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신 것 같다.
“현재 부산은행의 시스템 유지보수(SM)는 BNK시스템에서 지원하고 있다. 현재 총 180명중에 SM부문 외주 인력은 50명 정도다. 내부 IT인력 위주로 IT조직의 역량을 키우고 있다. 이는 양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다. 업무 시스템 개발과 점검을 세세하게 할 줄 알아야만 품질관리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인터넷뱅킹시스템 프로젝트에 이같은 원칙을 적용했다. 통상적으로 업무시스템 개발시 유지보수팀하고 개발팀하고 분리되지만 신인터넷뱅킹시스템 개발시 그렇게하지 않았다. 유지보수 인력을 인터넷뱅킹 개발팀으로 다 집어넣었다. 시스템 개발자가 나중에 테스트(단위테스트, 종합테스)를 포함해 개발후 유지보수, 관리까지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업무량이 늘어날 수 밖에 없었고 직원들이 아주 고생을 많이 했다.
물론 고생은 많았지만 ‘AS-IS’ 담당자가 ‘TO-BE’까지 하다보니 일은 힘들어도 자신감은 생겼다. 시스템 개발과 운영의 연속성, 노하우를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고 이런 과정을 거쳐져 자체 개발 역량이 키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10월, 경남은행을 인수하면서 BNK금융그룹의 외형이 커졌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투 뱅크’ 체제로 전환되는데, IT부문에서 시너지 전략은?
“조직체계상 BNK금융지주회사내 IT본부가 있고, 부산은행을 포함한 계열사의 IT조직이 각각 따로 존재하고 있다. 현재 계열사중에서는 부산은행의 IT인력이 제일 많다. 물론 금융지주회사 조직 체계상 계열사 한 곳이 그룹 전체의 IT전략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 따라서 IT투자시 계열사간의 활발한 의사소통을 통해 중북투자를 방지하고 합리적인 IT결과물을 만들어 내야한다.
특히 투 뱅크 체제하에서는 협업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들어, 보안적인 문제가 발생했다면 은행 IT조직이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지주사와 협의하고 계열사들과 대책를 마련해야한다. 매월 1일에 금융지주사 계열사 IT실무자들이 모여 실무협의회를 갖는다. 이를 통해 계열사별 IT사업 계획을 공유하고, 필요할 경우 공동개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일정규모 이상의 경우, 투자심의워원회가 금융지주회사에서 콘트롤하기 때문에 지주사 차원에서 중복투자 여부 점검, 시스템 개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물론 경남은행과는 철저하게 협력체제를 유지할 것이다. 예를들어 유사한 시스템을 개발할 경우 어는 한쪽이 시스템 개발 노하우를 전수 또는 공유함으로써 빠른 시간내에 적은 비용으로 구축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BNK금융그룹 차원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BNK금융그룹이 인터넷전문은행을 비롯한 스마트금융을 강화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일단 지역의 한계를 탈피하기위해서다. BNK금융그룹이 전국 브랜드로 나아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방향성이다. 오프라인 채널의 확장이 현실적으로 쉽지않기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이 그룹의 지역적 기반을 크게 넓힐 수 있는 기회라고 보고 있다. 이와관련해 현재 은행내 스마트금융부서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IT측면에서 본다면, 인터넷전문은행이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받으려면 최소한 은행 수준의 인터넷뱅킹시스템을 갖춰야한다는 생각이다. 보안은 인터넷전문은행과 일반 은행을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엄격하게 적용해야할 가치다.
다만 개인적으론 금융 거래의 특성과 상황을 고려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천편일률적으로 보안기준이 같은데, 차별화된 전략을 가져가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예를들어 자기계좌에서 자기계좌, 자기 세금, 공과금 등, 3회 이상 동일계좌에 송금 등 일부 사안들에 대해서는 보안수단을 달리 적용함으로써 시스템의 과부하를 줄이고 고객 편의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 인터넷전문은행을 포함한 부산은행의 스마트금융 전략은 어떤가?
“현재 부산은행은 ODS(아웃도어세일즈)를 강화하기 위해 포터블 브랜치, 버스를 활용한 이동점포, 스마트 브랜치, 태블핏PC를 활용한 태블릿 뱅킹서비스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내점하는고객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직접 고객을 찾아나서야 한다.
포터블 프랜치 등을 이용해 아파트 분양현장 등 직접 찾아가는 금융서비스로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 다만 스마트금융 채널중 태블릿PC는 아직 확산 속도가 더딘 편이다. 현재 고객들에게 보다 도움이 될 수 있는 서비스 콘텐츠를 고민하고 있다. 2차 서비스로 카드발급까지 계획하고 있다.”
▶IT예산규모 등 시중은행과 차이가 난다. 시중은행들과의 IT서비스 경쟁은 어떤가?
“시중은행들과 IT서비스 부문에서 경쟁력은 차이가 없고, 우리가 오히려 더 빠르다고 생각한다. 차세대시스템, 신인터넷뱅킹시스템 등 IT현안들을 성공적으로 처리했다. 시중은행이 처리하는 IT서비스는 부산은행도 다 하고 있다.
IT예산도 상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실질적으로 지역은행과 시중은행간의 격차가 크지 않다. 디스크증설, 네트워크증설 등 시중은행들은 외형이 크기 때문에 IT 고정 비용이 클 수 밖에 없다. 이런 부분을 고려하면 시중은행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때문에 IT예산을 집행해보면 정작 IT예산이 부족해서 사업을못하지는 않는다. 올해 약 700억원 IT예산을 편성했다. 보안에 많이 쓸려고 한다. 계획한 IT예산의 약 80~85%정도를 집행하고 있다.”
▶부산은행이 지난해 말 가동에 들어간 ‘신 인터넷뱅킹시스템’에 관심이 많다. 프로젝트 투입 비용이 꽤 컸다. 통상적으로 지역은행 IT예산 여력상 쉽지 않았을텐데, 어떻게 추진됐나?
“기존 부산은행의 인터넷뱅킹시스템은 윈도NT 베이스였다. 사전 컨설팅 결과, 시스템 교체에 따른 비용문제가 만만치 않았다. 때문에 신인터넷뱅킹시스템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인가 말것인가 내부 의견이 많았다. 시스템이 노후화되긴했지만 2~3년은 더 사용할 수 있다는 직원들의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은행장님이 결단을 내렸다. ‘돈이 들더라도 지금 시작해야한다. 비대면금융 채널의 경쟁력 강화를 지금부터 시작해야한다’는 격려가 큰 힘이 됐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충분한 지원을 받았다.”
▶신인터넷뱅킹시스템의 효과는 어떤가, 그리고 시스템 증설 계획은?
“신인터넷뱅킹시스템 가동이후 인터넷뱅킹은 단기간이 4%포인트 이상, 스마트뱅킹 10%포인트 이상 가입자가 순증했다. 기존 스마트뱅킹의 경우 UI(유저인터페이스)가 답답한 느낌을 주었고 속도도 느렸는데 이러한 단점이 모두 개선됐다. 사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어 고무적이다. 스마트뱅킹 전략을 강화하는 것이 BNK금융그룹의 전략이다. 시스템 증설은 당장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미 시스템 설계시에 향후 5년은 충분히 견딜수 있는 용량을 확보한 상태다.”
▶ 지난 2012년 가동에 들어간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와 관련 최근까지 SK C&C와 잔금지급 소송을 벌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부산은행 차세대시스템의 품질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는데.
“차세대시스템 가동 이후, 1년여의 안정화 작업을 거쳤고 이와 동시에 시스템 고도화 작업도 병행해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이를 통해 우리가 당초 차세대시스템을 계획할 당시보다 현재는 더 좋은 시스템 성능을 발휘하고 있다. 현업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시스템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는 결과를 얻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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