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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엔씨소프트 경영 참여 공식화…업계 반응은?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넥슨 일본법인(대표 오웬 마호니, 넥슨)이 엔씨소프트에 대한 경영 참여를 공식화했다. 넥슨은 엔씨소프트 지분 15.0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난해 10월 엔씨소프트 지분 0.4%를 추가 취득, 기업결합심사 요건인 15% 지분율을 넘겼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양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의 시작이었다.

당시 업계는 넥슨이 단순투자 목적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엔씨소프트 지분 8만8806주(0.4%)를 인수한 것에 대해 기업결합 승인 신고서를 제출하기 위해 15%를 맞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러한 의혹이 이번에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업계도 예상했던 바라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넥슨 입장에서 보면 기다려준 것”=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넥슨의 이번 행보에 “예상했던 바다”, “투자자인 넥슨 입장에서 보면 성과를 기대하는 것이 당연한데 그동안 경영 참여 없이 기다려준 것 아니겠나”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는 넥슨이 지난 2012년 6월 김택진 사장의 지분 14.7%를 주당 25만원에 인수한 뒤 양사가 이렇다 할 시너지 효과를 보지 못한 탓이다. 몇 차례 개발 협력을 시도했으나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양사의 문화가 물과 기름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1년 터울의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김정주 엔엑스씨(넥슨 지주사) 대표와 김택진 대표의 관계도 이때부터 금이 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넥슨은 글로벌 시장에서 고전했다. 작년 3분기 기준 전년동기대비 영업이익이 7% 줄고 국내와 북미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매출이 감소한 것이다. 김정주 엔엑스씨(넥슨 지주사) 대표는 지난해 5월 공식석상에서 실적 흐름과 관련해 “그렇게 (상황이) 좋지는 않다”며 고민을 드러낸 바 있다.

넥슨 입장에선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넥슨이 온라인게임 업체 가운데 최고 수준의 개발력을 보유한 엔씨소프트의 경영에 참여한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넥슨은 엔씨소프트 지분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변경한 이후 “2년여 전보다 더욱 긴박해진 게임 산업의 변화 속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보다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협업과 민첩한 대응이 필요함을 절감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투자자로서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업계, 적대적 M&A에 우려감 내비쳐=업계는 넥슨이 경영 참여를 공식화한 뒤 엔씨소프트가 즉각 반발하는 등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분위기가 흐르자 우려를 내비쳤다.

업체 한 관계자는 “넥슨의 엔씨소프트 경영 참여가 적대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면 그 자체가 문제라고 볼 수 있다”며 “엔씨소프트가 배수의 진을 치고 방어에 나설 경우 양사가 전력을 낭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적대적 M&A의 모양새를 취한 넥슨의 행보에도 의문점이 붙는다. 이에 업계는 넥슨이 엔씨소프트와 향후 협력 모델을 두고 물밑 협상을 이어가다 결국 어그러진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놨다. 넥슨 입장에서 적대적 M&A로 갈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오는 3월 엔씨소프트 주주총회에선 2015년 3월까지 임기인 김택진 대표의 재선임 여부가 결정된다. 넥슨이 주주총회에 앞서 경영 참여를 공식화한 만큼 양사 간 의결권 대결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넥슨의 투자목적 변경 공시가 엔씨소프트를 향한 무언의 압박 내지는 최후통첩이라는 분석과 함께 넥슨이 김 대표의 재선임을 찬성하는 대신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또 다른 물밑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물과 기름’ 넥슨-엔씨 결합 시나리오는=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양사 문화가 다르다는 것에 대체적으로 동의했다. 넥슨은 퍼블리셔(서비스업체), 엔씨소프트는 개발사 마인드가 강하다는 의견이다.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효율성을 강조하는 넥슨과 오너가 직접 개발에도 참여하는 엔씨소프트는 분위기가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넥슨이 엔씨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할 경우 김택진 대표 자리는 위태롭다. 상징적인 인물을 끌어안고 가기엔 넥슨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를 경영권에서 배제하는 그 자체로도 내부 단속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나 넥슨이 엔씨 경영 참여를 공식화한 이상 배제하고 가는 게 맞다고 본다”며 “넥슨 입장에선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경영 참여를 할 수 있는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이 엔씨소프트를 노린 이유는 우수한 개발력도 있지만 지적재산권(IP) 확보의 목적이 더 크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넥슨의 개발 역량이면 엔씨소프트가 현재 개발 중인 프로젝트의 바통을 충분히 이어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저연령층이 즐기는 캐주얼 게임에 강한 면모를 지닌 넥슨이 성인 이용자층을 대거 확보하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기존 라인업은 물론 개발 중인 프로젝트까지 포섭할 경우 PC기반 온라인게임 시장에선 적수가 없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된다.

다만 여기엔 변수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재심의가 있기 때문이다. 넥슨의 경영 참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해 12월 공정위는 양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조건을 달았다.

당시 송상민 공정위 기업결합과 과장은 “(넥슨이 확보한 엔씨소프트) 지분이 15%가 넘기는 했지만 기존 경영진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두 회사가 같은 계열사가 된다고 볼 수가 없어 심사 끝에 승인했다”며 “향후 지배권의 변화가 생겨 시장경쟁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 경우 한번 더 신고를 하게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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