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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택? 꼼수?…‘위약금 상한제’ 속 LGU+ 노림수는

- 불법 소지 불구 정부 및 경쟁사 압박 효과…시행 시간차 둬 철회 여지 남겨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LG유플러스가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이 될 만한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위약금 상한제’다. 15일 LG유플러스는 ‘업계 최초로 위약금 상한제를 오는 2월 중 시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위약금 상한제는 출시 15개월 이상 된 기기를 구매하는 고객이 대상이다. 구입 당시 출고가 기준으로 위약금 최대액을 결정한다. 지원금을 얼마 받았는지는 따지지 않는다. 기준선은 출고가 60만원이다. 60만원 이상일 경우 위약금 상한은 출고가의 50%다. 60만원 미만일 경우 30만원이다. 위약금이 상한액보다 많으면 상한액까지만, 위약금이 상한액보다 적으면 해당 금액만 내면 된다. 다만 상한제와 별개로 남은 할부금은 소비자 몫이다.

LG유플러스 곽근훈 영업정책담당은 “앞으로도 위약금 상한제와 같이 고객 요금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약금을 줄여준다니 소비자에게 이익인 것 같은데 왠지 찜찜하다. 왜 일까.

위약금 상한제는 사실상 모습을 달리한 위약금 대납이다. 위약금 대납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 이전 횡횡하던 불법 지원금 살포 방법 중 하나다. 또 받아야 할 위약금을 받지 않는 것은 계약을 지킨 사람을 차별하는 행위다.

소비자는 통신사에서 특정 요금제를 쓰는 조건으로 기기를 구입할 때 지원금을 받는다. 위약금은 이 계약조건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전에 받은 돈을 갚는 일이다. 당연히 내야 할 돈이다. 통신사가 받아야 할 돈을 받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 이를 메워야 한다. 요금할인 위약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요금할인은 소비자도 통신사도 앞으로 받을 혜택과 요금을 포기하는 것이다. 위약금이 없어져도 다른 가입자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는다.

이 제도를 통해 이익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스마트폰을 자주 교체하는 사람뿐이다. 통상 기기를 자주 교체하는 사람은 최신형 제품을 주기적으로 바꾼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런데 대상은 출시 15개월 이상 된 제품이다. 이들에게도 그렇게 매력적인 제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LG유플러스는 어떤가. 위약금이 줄면 어찌됐든 가입자를 묶어두기 불리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불법 지원금과 이용자 차별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LG유플러스는 왜 위약금 상한제를 꺼내 들었을까. 배경을 파악하기 위해선 ‘왜 지금인가’부터 살펴봐야 한다.

방통위는 지난 14일 ‘중고폰 선 보상제’에 대한 사실조사 착수를 발표했다. 중고폰 선 보상제는 출발부터 변칙 지원금 의혹을 샀다. 중고폰 선보상제는 LG유플러스가 드라이브를 걸었다. LG유플러스 제로클럽 공세에 SK텔레콤과 KT도 유사한 제도로 대응했다. 작년 말까지만 운영키로 했지만 LG유플러스는 올해로 이를 끌고 왔다. SK텔레콤과 KT도 따라왔다. 방통위 구두경고도 소용없었다.

결국 방통위는 실태점검 결과 ▲특정 고가요금제 ▲일정금액 이상 요금납부 ▲특정 단말기 가입자 등으로 한정해 부당한 이용자 차별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반납조건을 명확히 고지하지 않아 추후 분쟁발생 우려도 크다고 봤다. 또 중고폰 가격 불확실성으로 우회 지원금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 후 두 번째 사실조사다. 첫 번째 사실조사는 ‘아이폰 대란’ 때다. 당시 LG유플러스는 주도사업자로 의심을 받았지만 방통위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처벌 수위를 차등하지 않았다.

단통법 시행 뒤 방통위가 여론의 역풍을 차단키 위해 꺼냈던 카드 중 하나는 요금할인 위약금 폐지다. SK텔레콤과 KT는 바로 이를 시행했다. KT는 아예 위약금을 완전히 없앤 ‘순액요금제’까지 내놓았다. LG유플러스는 12월1일에야 위약금 철폐에 동참했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발표는 쏟아지는 정부발 소나기를 피하려는 성격이 짙다. 이것도 분명 위약금 부담 완화다. 정부가 맘에 들지 않아하면 남은 시간이 있으니 안 하면 된다. 소비자에게 생색도 낼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하려 했는데 정부가 금지해서 못한 모양새다. 거기에 LG유플러스가 가장 먼저 나섰다. ‘업계 최초’를 강조한 것은 그런 의도로 풀이된다.

하게 되도 나쁘지 않다. LG유플러스가 위약금 상한제를 실행에 옮긴다는 것은 정부의 묵인이 떨어져야 가능하다. 정부가 불법 여지보다 위약금 축소를 선호한다는 사인을 업계에 보내는 꼴이다. SK텔레콤과 KT가 외면하기 어렵다. SK텔레콤과 KT가 참여하면 LG유플러스는 이전보다 이들의 가입자를 뺏기 쉬워진다. 더구나 위약금을 내가 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주는 것이니 나의 비용은 줄고 상대의 비용은 는다. 물귀신 전략으로 일거양득을 노리는 셈이다.

묘책이다. 방법도 시기도 절묘하다. 결국 방통위의 결정이 위약금 상한제의 운명과 통신시장 경쟁 양상을 결정할 전망이다. LG유플러스 이상철 대표는 올해 신년사 화두로 ‘출기제승(出奇諸勝)’을 제시한 바 있다. 출기제승은 기묘한 계략을 써 승리하는 것을 일컫는다. 출기제승 첫 작품이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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