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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배 빠른 LTE 세계 최초 상용화 갈등, ‘보이지 않는 손’ 촉발?

- 공용 모델 특정사 우선 공급 삼성전자 관행, 갈등 심화 원인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4배 빠른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 세계 최초 상용화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LTE는 주파수 폭이 넓어지면 이에 비례해 속도와 용량이 증가한다. 4배 빠른 LTE는 각기 다른 주파수에 흩어진 대역 70MHz(SK텔레콤 KT) 또는 80MHz(LG유플러스)를 주파수묶음기술(CA, 캐리어 애그리게이션)로 1개처럼 활용해 구현한다. 국내는 광대역 주파수 1개(30MHz 또는 40MHz)와 일반 주파수 2개(각각 20MHz)를 묶었다. 이 때문에 3밴드CA 또는 3밴드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드(LTE-A)라고도 부른다.

시작은 SK텔레콤이었다. 작년 12월28일 100명의 체험단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세계 최초 상용화라고 발표한 것이 발단이다. SK텔레콤은 “요금을 받고 기기를 판매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상용화 의미를 왜곡했다”고 반발했다.

3사의 충돌은 ‘최초’에 대한 명예와 마케팅 우위를 점하려는 기업 경쟁이 근본적 원인이다. 하지만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번 논쟁은 기기 제조사가 불러온 것이 크다. 삼성전자가 보이지 않는 손이다.

조짐은 ‘갤럭시S5’였다. 갤럭시S5는 통신 3사가 모두 판매하고 있는 모델이다. 지난 2014년 2월 첫 공개 자리에서 삼성전자는 출시일을 전 세계 공히 2014년 4월11일로 밝혔다. 삼성전자 정보기술 및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IM)부문장 신종균 대표도 “출시일 변경은 없다”고 강조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통신 3사는 2014년 3월27일부터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사업정지 시기였기 때문에 사실상 SK텔레콤 단독 출시나 다름없었다. SK텔레콤 윤원영 마케팅부문장은 “SK텔레콤의 단독 결정”이라고 했지만 이 말을 믿는 업계 관계자는 없었다.

기름을 부은 것은 3배 빠른 LTE 경쟁에서 보여준 삼성전자의 태도다. 3배 빠른 LTE는 지난 2014년 6월19일 SK텔레콤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 했다. 3배 빠른 LTE 역시 KT와 LG유플러스도 투자를 진행했다. 승부의 초점은 누가 먼저 관련 기기를 시판하느냐로 모아졌다. 삼성전자는 SK텔레콤의 손을 들어줬다. 세계 최초 3배 빠른 LTE폰 ‘갤럭시S5 광대역LTE-A’는 통신 3사 공용이다. 이를 SK텔레콤에 먼저 줬다. SK텔레콤은 삼성전자의 제품 공급 일정 조정에 힘입어 세계 최초 타이틀을 오롯이 혼자 가졌다. KT LG유플러스는 속이 쓰렸지만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4배 빠른 LTE 역시 SK텔레콤은 이전의 협력을 기대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상황도 국내 단말기 유통 상황도 변했다. 이제 삼성전자만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LG전자가 올라왔다. 스마트폰 실적도 좋지 않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체제는 SK텔레콤만 챙겨서는 국내 점유율을 유지하기 힘든 시장이다. 삼성전자는 체험용 ‘갤럭시노트4 S-LTE’를 SK텔레콤과 KT에게 같이 줬다. 수량과 시기는 차이가 있었다. SK텔레콤의 상용화 발표에 KT가 발끈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삼성전자에 대한 섭섭함도 인내의 수준을 넘었다.

이제 난감한 것은 삼성전자다. 4배 빠른 LTE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은 갤럭시노트4 S-LTE 흥행에 찬물이다. 갤럭시노트4 S-LTE는 기존 ‘갤럭시노트4’에 4배 빠른 LTE만 넣은 제품이다. 경쟁작인 ‘G플렉스2’는 신제품이다. 또 동시 공급을 하지 못하면 세계 최초 일반 판매는 갤럭시노트4 S-LTE가 아니라 G플렉스2가 이름을 새길 수도 있는 국면이 돼버렸다. 국내 최대 통신사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을 수도, 나머지 절반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통신사의 불만을 외면하기도 쉽지 않다. 제조사는 통신사에게 결국 을이다.

한편 앞으론 이런 일이 없어질까. 그럴 확률은 0(제로)다. 기왕이면 최초가 회사에 유리하다는 통신사의 인식이 변할 리 없다. 최초의 기준을 법으로 정하지 않는 한 논란 역시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그들만의 최초 경쟁 양태도 지속될 전망이다. 4배 빠른 LTE 최초 논란 과정에서 누가 얼마나 어느 정도 투자를 해 서비스 지역을 확보하고 있는지는 빠져있다. 그저 상대방이 거짓이다는 주장만 있다. 3배 빠른 LTE도, 2배 빠른 LTE도 예외는 아니다. 기가인터넷 등 유선도 마찬가지다. 4배 빠른 LTE가 문제가 아니라 3배 빠른 LTE도 아직 전국망 구축을 한 통신사는 없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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