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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의 광학 DNA…풀프레임 그 이상의 가치를 담다


- D750에서 찾아본 니콘 카메라 전략
- 풀프레임 DSLR 카메라 대중화 기폭제 될 듯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자동차 업계에 ‘배기량이 깡패’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엔진 배기량이 높을수록 성능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터보, 차저, 직분사 등 신기술과 함께 탄소배출량과 연비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변화로 인해 ‘다운사이징’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배기량이 자동차 성능을 대변하는 요소로서의 입지가 예전만 못하다.

하지만 배기량 자체는 자동차의 격을 나타내는 수단이기도 하다. 중형차가 2000cc 이하의 엔진을 장착하는 경우가 드문 것도 이 때문이다. 당연히 이보다 높은 배기량을 가진 자동차는 프리미엄이라는 인식이 있고 용량이 줄어도 배기량이 가지는 의미는 조금도 후퇴하지 않았다.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성능이 높아지고 미세공정 기술의 개선으로 예전보다 작은 크기의 CMOS 이미지센서(CIS)로도 전문가 카메라 못지않은 사진 품질을 만들어낸다. 센서가 작으면 이를 둘러싼 구동 부품, 예컨대 셔터박스나 모터와 같은 부품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본체 크기를 줄일 수 있다는 뜻.

그럼에도 불구하고 CIS는 여전히 카메라 성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활용되고 있다. 이는 자동차 배기량에 내재된 가치와 마찬가지다. CIS 크기가 크면 클수록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고 그만큼 사진의 품질이 높아진다. 특히 과거 풀프레임(35mm 필름과 같은 크기의 CIS)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는 경차 가격에 맞먹는 가격으로 일반 사용자가 쉽게 넘볼 수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여기에는 니콘의 역할이 컸다.

◆선행 설비투자의 결실 ‘D750’=지난 9월 발표된 니콘 ‘D750’이 대표적인 예다. 이 제품은 2432만 화소 CIS와 함께 ‘엑스피드4’ 이미지 프로세서를 바탕으로 고탄성 탄소섬유 복합 소재 ‘세리보’ 및 마그네슘 합금을 채용하고 모노코크 구조(뼈대와 몸체가 하나로 이루어진 형태)를 채택한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과거 소형차 가격과 맞먹었던 풀프레임 카메라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가격(238만원)에 출시됐다는 점에 눈길이 간다.

2012년 사례를 따져 봐도 D750은 다소 파격적이다. 보급형 풀프레임 카메라 ‘D600’이 288만8000원의 가격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D700 시리즈가 더 높은 등급의 라인업이니 더 높은 성능의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하게 된 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시간이 지나면 어떤 제품이나 성능은 좋아지고 가격은 낮아진다. 문제는 얼마나 걸리느냐다. D750은 DSLR 카메라에 대해 니콘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최근 카메라 시장은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 일본 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CIPA)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으로 전 세계 카메라 출하량은 396만2604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7.5%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콤팩트 카메라가 주요 원인이고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다지만 DSLR·미러리스 카메라도 부진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니콘이 던진 화두는 ‘풀프레임 카메라의 대중화’다. 앞서 소비자 가치와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관건은 DSLR 카메라 원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CIS와 셔터박스 등 핵심부품의 품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효율을 높이느냐다. 니콘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감한 설비투자를 감행했다. 2012년의 일이다.

니콘은 2013년 3월 태국에 인접한 라오스에 새로운 카메라 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한바 있다. 홍수와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풀프레임 DSLR 카메라 대중화의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라오스 공장은 DSLR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며 최종조립은 태국에서 이뤄진다.

작년 10월부터 라오스 공장 가동이 계획되어 있었다는 점, 태국 홍수로 인해 예외적으로 보급형 모델인 ‘D5300’ 생산라인이 일본에 만들어졌다는 점, D750 가격이 D600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니콘의 설비투자가 결실을 맺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균형미로 승부걸었다=따지고 보면 D750의 또 다른 가치는 렌즈에서 찾을 수 있다. 어느 업체나 마찬가지지만 결국 렌즈교환식(DSLR+미러리스) 카메라의 매력은 렌즈에 있다. 상당수의 고성능 렌즈가 상위 기종, 그러니까 풀프레임 카메라와 맞물렸을 때 효과적인 성능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본체와 렌즈의 궁합, 사용 환경에 따른 선택 등을 종합해야 하지만 풀프레임 DSLR 카메라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은 사진을 찍는다는 것 이상을 전달하는데 있다.

결국 카메라는 사진을 찍는 물건이고, 사진은 빛을 담아내고 나름대로의 철학을 더해 녹여내는 기술이다. 이런 점에서 광학 기술에 있어 남다른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니콘이 풀프레임 DSLR 카메라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은 또 다른 풀프레임 DSLR 카메라 ‘Df’에서도 찾을 수 있다. 니콘 본사의 미우라 코오쇼오 수석연구원은 “감성적이고 물리적인 측면에서 사용자의 표현 의욕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뒀다”며 “소유욕을 자극하는 정밀감, 금속감 있는 마무리, 카메라가 정밀기기라는 것을 재인식시키는 조형미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D750에서 풀프레임 CIS와 엑스피드4 이미지 프로세서의 조합은 또 다른 진화를 예고하고 있다. 바로 ‘색감’이다. 전문 사진가와 일반 사용자까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균형 잡힌 풀프레임 DSLR 카메라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봐야한다. 2000만대 화소를 가지고 있는 풀프레임 DSLR 카메라 가운데 하위와 상위 모델에서 이 정도의 결과물이라면 니콘이 머릿속으로 그리는 다음 제품도 이런 성향을 띌 가능성이 높다. 카메라 업계에서 니콘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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