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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논란’ 인터넷게임 규제, 부모와 국가의 역할은?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청소년보호법 상 인터넷게임 규제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번엔 ‘인터넷게임 회원가입시 부모의 사전동의제도’와 ‘인터넷게임 이용시간 부모고지제도’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규제로 인해 청소년의 인권이 과도하게 제한되는지 부모의 자율성이 침해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사단법인 오픈넷(opennet.or.kr)은 30일 서울 한양대학교 제3법학관에서 ‘게임 규제, 청소년보호에 있어서의 부모와 국가의 역할’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이날 발제는 황성기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픈넷 이사)가 맡았으며 김지연 고려대학교 과학기술학연구소 선임연구원과 이경화 학부모정보감시단 대표, 장근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심리학 박사)이 토론에 나섰다. 토론회 사회는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픈넷 이사)가 진행했다.

황성기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픈넷 이사)
황성기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픈넷 이사)
◆“청소년을 인권주체로 고려해야, 국가는 후순위 개입이 적절”=황성기 교수는 발제를 통해 “우리나라는 청소년을 보호의 대상으로 보는 개념이 강한데 인권주체로서 좀 더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자녀 보호의 1차적 책임은 부모가 가진다. 실증법에 규정돼 있다고 하더라도 자녀의 교육과 양육 보호의 1차적 권리 내지 의무는 자연법 상 부모가 가진다”며 국가가 후순위로 개입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주장을 밝혔다.

그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가리켜 청소년 자율성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부모의 교육권과 가족의 자율성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여부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국가가 일률적으로 개입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황 교수는 이에 근거해 “강제적 셧다운제는 청소년 보호에서의 국가후견주의(국가가 다른 사람을 해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입하는 것)의 한계를 분명히 일탈한 것”이라며 “합헌이 결정됐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지연 선임연구원은 청소년보호법 상 인터넷게임 규제에 대해 “청소년을 어떤 취지로 보호하려고 하는가 보면 (미래의)자원이기 때문에 보호한다는 태도가 분명히 포함돼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독자적 주체로 성장해 가는데 도움이 되는 형태로 가야 한다. 부족하면 부모든 국가든 메꿔주는 형태가 논의돼야 하는 않을까”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장근영 연구위원은 청소년에게 참여권을 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면 교칙제정 때, 학교가 의사결정 시에 청소년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 연구위원은 “어른이 돼 그러한 권한을 발휘하려면 성장 과정 중에 (참여권이) 제공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 법률은 최대한 청소년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 쪽으로 나가는데 우리는 청소년의 권한을 축소하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예외·개별성 고려 없는 사전동의제도와 부모고지제도=황 교수는 16세미만 청소년이 대상인 ‘인터넷게임 회원가입시 부모의 사전동의제도’ 역시 강제적 셧다운제와 마찬가지로 어떠한 경우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것을 두고 문제를 삼았다. 영화 관람 시 부모사전 동의를 요구하는지 이를 감안하면 사전동의제도가 평등의원칙 관점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기결정권 침해 문제도 짚었다. 자기결정권 행사 주체인 청소년이 스스로 판단능력이 없다는 식으로 사전동의제도가 성립될 수 있으나 국제협약의 세계적 트렌드가 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인터넷게임 이용시간 부모고지제도’에 대해서도 부모 요청 여부를 떠나 개별적인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고지하는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국가가 형사벌로 개입할 영역인가”, “특정시점의 이용시간이 프라이버시(사생활)가 될 수 있는데 제3자가 일방적으로 고지하는 것을 확장하면 개인정보의 침해에 대해 문제 제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동의제도·부모고지제도 나름대로 의미 가져”=이날 토론회에선 ‘인터넷게임 회원가입시 부모의 사전동의제도’와 ‘인터넷게임 이용시간 부모고지제도’가 나름대로 의미를 가진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경화 학부모정보감시단 대표는 “인터넷게임은 방송과 다르다. 방송과 같은 연장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신종 미디어의 속성을 반영한 방식의 조치여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사전동의제도나 이용시간부모고지제도는 나름대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인터넷게임에선 선·악이 모호하고 사실·허구가 혼동스럽게 돼 있다”며 “부모의 교육권이 제 기능을 발휘하고 가족의 자율성이 보장되려면 인터넷게임이 문화콘텐츠 소비임을 분명히 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소년 자기결정권의 해석에 대해서도 “성숙한 판단영역이 있다면”이라는 전제를 내세웠다. 또 “사전동의제도와 부모고지제도 조치가 사업자들이 사업자 책무까지 부모의 책임으로만 돌릴까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사업자들의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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