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스마트폰 1, 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애플이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구매액 1, 2위 자리를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업체들이 양사의 전략 동향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이처럼 시장을 움직이는 ‘큰 손’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을 고객사로 확보하지 못하면 성장할 수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26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지난해 총 537억달러의 반도체(디자인 TAM 기준, TAM은 Total Available Market 약어)를 구매했다. 양사의 작년 반도체 구매액은 전년 대비 77억달러 늘어난 것이다. 전체 반도체 판매액에서 양사 구매가 차지한 비중은 17%에 달했다.
디자인 TAM은 특정 업체가 설계한 모든 제품에 사용되는 반도체의 총 수를 나타낸 것이다. 이 지표는 반도체 업체가 고객별, 지역별 판매 수치를 가늠할 때 활용된다. 2012년 삼성전자는 디자인 TAM 지표에서 처음으로 애플을 눌렀고 지난해에도 1위 자리를 지켰다.
마사쯔네 야마지 가트너 연구원은 “2011년 양사가 세계 반도체 구매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였지만 지난해에는 17%까지 증가했다”라며 “이는 지난 3년간 양사의 사업 영향력이 얼마나 확대됐는가를 알려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뒤를 잇는 반도체 업계의 큰 손은 HP, 레노버, 델, 소니, 도시바, 시스코, LG전자, 화웨이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반도체 구매액 6위 업체였던 레노버는 PC 점유율 확대 및 스마트폰 시장의 성공적 진입으로 두 단계 순위가 오른 4위에 랭크됐다. 반면 노키아는 10위권 밖으로 순위가 밀렸다. 노키아의 빈자리는 화웨이가 꿰 차고 앉았다. 가트너는 레노버와 화웨이 같은 중국 전자제품 업체들이 자국 수요 뿐 아니라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의 왕성한 수요에 힘입어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상위 10개 업체의 반도체 구매액은 1140억달러로 전년(1051억달러) 대비 8.4% 늘어났다. 상위 10개 업체가 차지한 반도체 총 구매액 비중은 36%로 전년 35% 대비 1%포인트 증가했다.
한편 지난해에는 스마트폰 및 태블릿용 반도체 판매액이 PC 반도체 시장 규모를 상회했으며 이러한 변화는 반도체 업계의 성장 정체를 불러왔다고 가트너는 분석했다. PC 한 대에 탑재되는 반도체는 스마트폰 혹은 태블릿보다 양이 많고 총 가격도 높기 때문이다. 특히 앞으로는 고가형보단 중저가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성장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돼 완성품 및 반도체 업계의 가격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야마지 연구원은 “전자제품 완성품 업체들은 가격 경쟁을 피하기 위해 웨어러블 및 스마트TV,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같은 새로운 사물인터넷(IoT)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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