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국내 최초의 벙커형 은행백업센터 구축 논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책을 시행하는 금융당국과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은행권 시각차가 문제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은행 백업센터 구축을 위한 실무회의가 열린 이후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융위원회과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발표한 ‘금융전산 보안강화 종합대책’의 주요 내용으로 금융정보 손실을 막기 위한 벙커형 은행권 공동 백업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벙커형 데이터센터는 금융권에선 처음으로 구축 논의가 된 것으로 대부분 금융사들의 백업센터가 서울과 경기 등 잠재적 동일 재난지역에 위치해 있다는 점을 감안해 물리적 위협으로부터 보안을 강화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를 중심으로 모인 은행권 공공TF가 지난해 한차례 열린 이후로 후속 논의가 이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의지와 달리 우선 벙커형 데이터센터 구축 논의의 대상으로 떠오른 은행권은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유보적이지만 적극적인 의견 표명은 자제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비용 부분에 대한 경영진의 고민이 많은 상황에서 별도의 백업센터 구축은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일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최근 보안사고 등 보안위협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정책에 ‘딴지’를 걸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대외적인 의견개진에는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이 문제 삼는 ‘비용’에 대해선 이미 금융결제원이 관리하고 있는 금융공동망 관련 은행들이 납부한 참가비(분담금)를 사용하는 만큼 추가 비용부담은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은 벙커형 공동 백업센터가 금융권 정보보호에 있어 필수적인 사안으로 인식하고 이를 계획대로 추진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융사들의 데이터센터 위치가 밀집해있고 2중, 3중의 백업대책이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내용”이라며 “단순히 비용만을 문제로 삼을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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