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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에 바란다⑧] '진흥'만으론 부족…AI기본법, 세부 규정이 관건

2025년 현재, 디지털산업은 다시 한번 거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정치·경제·기술 전반에서 혼돈과 격변이 일상화되는 시대,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한 방향성과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절실하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창간 20주년을 맞아 ‘혼돈의 전환기, 산업정책의 나침반을 묻다’를 주제로 창간 특집기획을 마련했다. 이번 특집에서는 ‘새 정부에 바란다’는 대기획 아래, 통신·방송·반도체·AI·보안·게임·유통 등 산업별 핵심 이슈를 심층 분석하고, 각계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산업계와 정책 간의 건설적인 대화를 이어가고자 한다. 또한 유력 대선주자의 ICT 공약 분석을 통해 새로운 리더십 아래 산업계가 나아갈 좌표를 함께 고민해 본다.[편집자]

세종파이낸스센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현판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세종파이낸스센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현판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차기 정부를 이끌 대통령 후보들이 앞다퉈 미국과 중국에 이어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노리는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말이 있듯, 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전략만큼이나 중요한 게 바로 규제다. 내년 1월 첫발을 떼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기본법)' 향방에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르면 6월 중으로 AI기본법 시행령 전문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어 입법예고 등 행정입법 절차에 착수하고 세부 규정을 담은 시행령을 공포한다. AI 산업 진흥과 규제 조항을 포괄하는 AI기본법은 작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1월22일부터 공식 시행된다.

한국은 유럽연합 'AI법(AI Act)'에 비해 제정은 늦었지만, 규제를 포함한 전면 도입으로 세계 최초 AI 법률 시행 국가가 된다. 업계는 AI기본법상 ▲고영향 AI 개념의 불명확성 ▲생성형 AI 콘텐츠 표시 의무와 예외 조항의 경직성 ▲기존 법령과의 중복 가능성 ▲사실조사 및 과태료 부과 요건의 불명확성 ▲AI 검·인증 권한의 독점 우려 등을 꾸준히 지적해 왔다.

각 조항에 따른 과잉 규제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면서 과기정통부는 산학계 전문가와 법안 손질에 나섰다. 올해 초 과기정통부 산하 AI기본법 하위법령정비단이 출범하고 부당한 민원이나 신고에 따른 사실조사는 이뤄지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사실조사가 가능한 범위도 법 전체가 아닌 일부 조항으로 대폭 축소했다. AI기본법 정비단과 함께 주요 가이드라인·고시를 담당하는 5개 부문 '가이드라인 테스크포스(TF)'도 동시에 운영 중이다. 시행령만 보면 구체성이 떨어질 수 있어 수백 쪽에 달하는 고시와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기업들의 이해를 돕고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게 정부 의도다.

AI기본법 논의 관련 조직도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AI기본법 논의 관련 조직도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하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곧 베일을 벗을 AI기본법 시행령에 대한 걱정 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민간 비영리 기관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주요 정당 대선 캠프에 전달한 '21대 대선 혁신산업 정책제안서'를 통해 "규제철폐, 혁신성장 우선, 네거티브 규제 기조 등 진흥 중심의 국정 철학에 따라 AI기본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대표 정보통신기술(ICT) 협단체인 디지털경제연합도 '2025년 디경연 정책제안서'에서 AI기본법에 대해 "모호한 규정에 대한 불확실성 문제, 과도한 규제 우려가 존재한다"며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은 규제를 담은 AI 개별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AI기본법 시행령만으로 설명이 부족해 200~300여쪽 분량의 고시와 가이드라인을 함께 제공한다는 것 자체가 모호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AI를 둘러싼 윤리 문제, 개인정보 활용 기준 등 논의할 과제도 산적한 상황이다. 특히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로 '지브리' 등 특정 화풍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저작권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저작권법을 비롯한 AI기본법에서 AI 학습데이터 공개 의무 규정을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I기본법 경우, 사업자가 권리자 요청에 따라 저작물 학습 여부를 개별적으로 공개하도록 제한적 공개 규정부터 마련하자는 구상이다.

국회 싱크탱크인 국회입법조사처는 "해당 규정을 AI기본법 제31조(AI 투명성 확보 의무) 내 사업자 책무로 신설하는 방식이 저작권법에 관련 내용을 추가하는 것보다 법체계 정합성 측면에서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학습데이터 전체 공개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AI기본법에 신설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다만 입법조사처는 "제한적 공개 규정 도입 이후 효과와 AI 산업 발전 동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상황에서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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