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바일 GPU 특허 침해 내용 삼성전자에 전달
- 양사간 논의 이뤄지고 있는 단계, 실제 소송까지는 미지수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엔비디아가 모바일 그래픽프로세싱유닛(GPU) 특허와 관련해 소송 등 삼성전자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지난 1993년 창립된 비주얼 컴퓨팅 업체로 그래픽카드용 GPU는 물론 스마트폰,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다양한 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다.
21일 업계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모바일 GPU 특허를 무기로 삼성전자에 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본격적으로 소송을 진행한 상태는 아니지만 삼성전자에 특허 침해 내용을 전달한 상태다.
삼성전자 법무팀은 작년 하반기 관련 내용을 파악했으며 내부적으로 대응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엔비디아로부터 아직 정식으로 소장이 접수된 것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엔비디아가 모바일 GPU 특허와 관련된 내용을 삼성전자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며 “양사가 특허와 관련된 협상을 진행하겠지만 엔비디아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소송을 걸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다양한 제품에 모바일 GPU 적용=엔비디아가 삼성전자에 제기한 모바일 GPU 특허는 ‘갤럭시S2’와 ‘갤럭시S3’ 등에 장착된 ‘엑시노스’ AP의 GPU 기술이다. 해당 AP는 영국 반도체 설계자산(IP) 업체인 ARM의 ‘말리’ 모바일 GPU가 내장되어 있다.
문제는 스마트폰 뿐 아니라 태블릿, 스마트 TV에 이르기까지 삼성전자가 다양한 제품에 말리 모바일 GPU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엔비디아가 본격적인 소송을 진행할 경우 삼성전자의 직간접적인 피해는 가늠하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ARM 말리 모바일 GPU를 이용한 업체다. 업계에서는 ARM 말리 GPU 공급량의 절반 정도를 삼성전자에서 소화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덕분에 ARM은 1년여 만에 모바일 GPU 시장점유율을 2.6%에서 18%로 끌어올렸다.
ARM 말리 모바일 GPU가 특허에 취약한 이유는 이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이기 때문이다. ARM은 지난 2006년 노르웨이 모바일 GPU 업체인 ‘팔랑스’를 인수해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분야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 이매지네이션, AMD, 퀄컴 등은 1990년대, 늦어도 2000년대 초반부터 모바일 GPU 기술과 특허를 축적해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GPU 분야 특허는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업체가 얼마 되지 않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며 “엔비디아도 GPU 특허로 인해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한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1998년 실리콘그래픽스(SGI), S3그래픽스, 3Dfx 등으로부터 멀티 텍스처링 기술과 관련해 소송을 당했다. 이로 인해 기업공개(IPO)가 1999년으로 미뤄졌으며 결국 그해 SGI와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은바 있다. 이후 GPU 특허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2000년 12월 3Dfx의 GPU IP와 브랜드를 현금 7000만달러와 보통주 100만주에 매입하기도 했다.
◆AP 시장 부진이 원인, 압박용 카드로 활용할 듯=엔비디아가 모바일 GPU 특허를 통해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있는 배경에는 AP 시장에서의 부진이 자리 잡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2년 전 세계 AP 시장에서 엔비디아는 불과 1%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초 듀얼코어를 앞세운 ‘테그라2’ 시절만 하더라도 LG전자 ‘옵티머스2X’, 해외향 ‘갤럭시S2’ 등에 AP를 공급했으나 이후에는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AP 시장에서 고전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까지 모바일 GPU 특허를 들먹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실제 소송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어떤 형태로든지 압박용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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