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인텔 아이테니엄칩을 둘러싸고 오라클과 벌인 재판에서 힘겹게 승소했더니 이제는 인텔이 칩 개발 변경 계획을 발표하며 오히려 HP를 위협하고 있다.
최근 인텔은 홈페이지를 통해 내년에 출시할 차세대 아이테니엄칩(코드명 킷슨)에 22나노미터 공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이와 함께 제온칩(x86)과 아이테니엄칩(유닉스)간 범용 소켓 개발도 연기한다고 밝혔다.
인텔 아이테니엄칩은 현재 거의 유일하게 HP의 유닉스 서버에 탑재되는 고성능 시스템(미션크리티컬)용 칩이다. HP가 지난 1994년 PA-RISC 아키텍처 개발을 포기한 이후, 2001년부터 인텔과 공동 개발해서 이를 현재까지 발전시켜왔다.
실제 HP가 지난 몇년 간 아이테니엄 연구개발(R&D) 등에 투자한 비용만 7억 달러 이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HP의 향후 유닉스 전략 및 제품 로드맵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이번 인텔의 발표는 별도의 보도자료 없이 지난달 31일 ‘인텔 아이테니엄 프로세서 업데이트’<사진>라는 제목으로 조용히 공지됐다.
인텔 측은 “킷슨은 32나노미터 공정을 유지함에 따라 기존 아이테니엄 9300 및 9500프로세서(코드명 투퀼라 및 폴슨) 소켓과 호환된다”며 “이같은 계획은 기존 고객의 투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인텔은 내년에 출시될 차세대 아이태니엄칩에 22나노공정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혀왔다. x86용칩인 제온 프로세서와의 소켓 호환 계획도 무산됐다. ‘모듈러 개발 모델’이라고 명명됐던 이 계획은 제온과 아이테니엄 프로세서를 동일한 소켓과 마더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전면 백지화는 아니지만 인텔은 이를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같은 인텔의 결정을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아이테니엄 프로세서와 HP의 유닉스 제품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인사이트64의 나단 브룩우드 애널리스트는 “이번 인텔의 결정은 명백한 아이테니엄 출구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며 “아이테니엄의 시대가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결정적인 단서”라고 설명했다.
가트너의 마틴 레이놀드 연구원도 “오라클이 아이테니엄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이후 실제 많은 고객들이 이탈한 것이 사실”이라며 “수요 감소가 아이테니엄에 대한 투자를 줄어들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HP의 유닉스 서버 매출은 2012년에 전년과 비교해 23%나 감소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서는 아이테니엄 기반 서버 대수가 2016년까지 매년 2만 6000대 수준을 유지하며 정체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이는 지난 2008년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반도체의 공정 방식을 바꾸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만큼, 현재 아이테니엄칩의 주요 소비처인 HP 유닉스 서버 사업이 지속적인 하향세에 접어듬에 따라 이에 대한 투자 대비 수익성이 한계에 부딪혔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물론 인텔과 HP는 이같은 시장 전망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인텔은 “차세대 아이테니엄칩에 32나노공정을 유지하는 것은 기존 아이테니엄칩과의 소켓 호환을 위한 것으로 고객을 위한 결정”이라며 “고객들은 이를 통해 기존 시스템을 보다 쉽게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HP 측도 “이번 인텔의 발표는 HP의 유닉스 고객 및 관련 전략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며 “특히 HP는 드래콘호크 프로젝트를 통해 제온과 아이테니엄 프로세서를 하나의 섀시 내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발 계획을 계속해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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