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NHN은 지난 6일 열린 이사회에서 한게임 분할 방향성에 대해 확정하고 공시했다. 이사회와 주주총회의 결정이 나면 NHN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된다.
NHN은 국내 벤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기업으로 손꼽힌다. 시가 총액 상위 30위 기업 중에 재벌그룹이나 국영기업이 아닌 유일한 기업으로,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벤처 신화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성공의 기반은 13년 전 네이버컴과 한게임의 합병에서 시작됐다. 지난 2000년 4월 27일 당시 네이버컴은 한게임커뮤니케이션, 인터넷마케팅솔루션 업체 원큐, 검색솔루션 업체인 서치솔루션과의 인수합병 합의에 대해 발표했다. 합병 당시 자본금 22억 원, 직원 수 96명에 불과했다.
당시 네이버는 검색 기술을 인정 받아 한국기술투자(KTIC)로부터 1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지만 생각보다 트래픽이 늘어나지 않은 상황이었고, 한게임은 오픈 이후 꾸준히 트래픽이 상승하고 있었지만,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해 고민하던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한게임의 합병은 시너지를 발휘했다.
합병 1년 후 한게임은 네이버의 빌링 시스템을 기반으로 게임 부분 유료화 모델인 ‘한게임 프리미엄 서비스’를 오픈하고 일주일 만에 매출 3억을 돌파했다.
네이버 역시 한게임을 통해 유입된 트래픽을 동력으로 통합검색, 지식iN, 블로그와 카페 등 서비스를 성공시키며 성장 속도를 높여 2003년 4월 처음으로 검색 서비스 방문자 수 부문에서 1위에 올라섰다. 2005년에는 포털 부문에서도 코리안클릭, 매트릭스, 랭키닷컴에서 발표한 주간/월간 UV 1위를 달성했다.
이런 점에서 네이버와 한게임의 합병은 현재의 네이버를 만든 신의 한 수였으며, 국내 IT 산업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합병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후 NHN은 승승장구했다. 국내 검색 포털 점유율 60~70%에 달했으며, 블로그.카페 등의 서비스에서도 경쟁사를 앞섰다. NHN은 점점 규모가 커져갔다. 2004년 코스닥에서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섰고, 2008년에는 코스피 시장으로 옮겨왔다.
하지만 몸집이 너무 커지면서 둔해지는 역효과도 있었다. 언젠가부터 NHN에 대해 혁신적이지 않다는 비판의 소리가 들려왔다. "벤처가 아닌 대기업 같이 됐다"는 내부 목소리도 있었다.
이번 한게임 및 모바일 부문 분사는 이같은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몸집을 줄여 민첩한 기업으로 거듭나고, 새로운 IT 흐름에 빠르게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NHN의 분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1년부터 검색광고 모델을 선보이며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갖고 있던 NHN은 2009년 5년 온라인 비즈니스 플랫폼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NBP를 설립했다. NBP는 검색광고와 IT인프라 운영의 책임을 맡았다. NHN은 NBP 분할을 통해 외부에 맡겼던 검색광고 경쟁력을 자체적으로 높였고, IT 인프라 기술력도 스스로 쌓을 수 있었다.
이번 한게임 및 모바일 관련 자회사 분할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NHN은 "모바일 시대가 열리며 더욱 복잡해지고 빠르게 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고 각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모바일, 라인을 책임질 자회사 설립과 함께 한게임 분할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움직임은 이미 감지됐었다. 이에 앞선 2012년 5월 이은상 한게임 부문 대표의 취임 이후, 온라인게임본부와 S게임본부(스마트폰게임 사업본부)를 통합하는 등 조직을 재정비하고, 자체개발한 피쉬아일랜드 등 스마트폰 게임을 히트시키고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등 독자 법인으로서의 경쟁력을 확인했다.
앞으로 한게임은 독자적인 법인으로서 네이버나 라인 플랫폼 외에 다양한 플랫폼에서 자사의 게임을 유연하게 유통시키며 다각적인 사업을 모색하게 된다.
이미 지난 1월 30일에는 한게임이 자체 제작한 우파루 마운틴을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선보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마찬가지로 라인 역시 다른 개발사의 게임을 보다 적극적으로 퍼블리싱할 계획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NHN는 다음 목표가 글로벌이라고 선언했다. NHN은 지난 2000년 9월 자본금 3000만 엔(약 3억 원) 규모로 한게임재팬을 설립했고, 11월에는 네이버재팬을 설립했다. 2003년 10월에는 네이버재팬과 한게임재팬을 합병해 NHN재팬을 만들었다.
그러나 해외 진출이 쉽지만은 않았다. 최근 일본에서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성공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었다, 2010년 10월 아워게임의 보유 지분 전량을 중국 컨설팅업체인 WDWF에 매각하며 중국 게임사업에서 철수했고, 2011년12월에는 NHN USA가 100% 지분을 보유한 이지게임스를 아에리아게임즈에 현물 출자 형식으로 매각했다.
그러나 NHN은 지금까지도 해외 진출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NHN재팬이 개발한 모바일 메신저가 일본, 태국, 대만 등에서 성공했다. 라인은 현재 사용자 1억명을 돌파했다.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거라고 해도 도전하겠다. 우리가 실패하면 우리를 밟고 후배들이 또 도전하고 도전할거다. 언젠가는 계란이 바위를 깨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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