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정부가 앞장서 기능성게임 등 적극 장려…오바마 대통령 혁신전략에 게임 포함돼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31일 성남시청에서 열린 기능성게임 컨퍼런스를 통해 한미 양국 간의 게임 확산에 대한 극명한 시각차가 드러났다.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콘스탄스 스텐퀼러 위스콘신대학 교수(전 백악관 과학기술국 수석 정책특보)<사진>는 국내 게임 규제 현황을 듣고 난 뒤 “게임을 긍정적인 사회적 미디어로 육성하고자 한다”면서 “게임이 계속 확산되기 때문에 규제보다는 왜 사람들이 하는지 이해하고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의 게임산업 정책은 규제가 우선시된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게임 정책과는 정면 배치되는 셈이다. 이날 컨퍼런스 참석자들은 50여분간의 스텐퀼러 교수의 발표가 끝나자 박수로 화답했다.
◆게임에 대한 양국 대통령 시각차도 ‘뚜렷’=지난 2월 이명박 대통령은 무역진흥 대책 전략회의에서 “게임산업은 공해적인 측면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관련 업계는 정부의 강력한 게임 규제를 시사한 발언으로 이해했다. 이후 쿨링오프제 등 학교폭력 방지대책과 관련해 게임 이용 규제안이 나왔고 한동안 게임산업계를 비롯해 각계에서 반대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이날 스텐퀼러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의 혁신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혁신전략 맨 위와 아래에 게임이 포함돼 있다”면서 “이는 게임으로 어린이들에게 좋은 영감을 주기 위해서이고 미국 정부는 게임을 교육에 활용하려고 적극적으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미국 정부의 움직임은 게임이 PC 등 연관산업의 발전을 이끌고 디지털 콘텐츠인 게임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보다 많은 대중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영향을 미치는데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그는 “2009년 NAS(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 연구에서 과학교육에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암기와 테스트 중심이 아닌 교육에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접근이 필요했는데 게임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결과였다”고 말했다.
스텐퀼러 교수는 최근까지 백악관 과학기술국 수석 정책특보로 일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기능성게임이 활성화되도록 국가 정책을 주도해왔다.
그는 “기능성게임이 활성화되려면 연방정부와 학계, 산업계, 자선단체 자금 협력 등이 잘 조율돼야 한다”며 “이 중 학계 협력은 학교와 교사가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인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능성게임, 백혈병 환아 치료에 효과 있어…단백질구조 발견에도 공헌=이날 스텐퀼러 교수는 기능성게임의 현지 사례를 소개했다.
한 예로 미국 교육부는 위탁연구를 통해 9~10살 취학아동들의 쓰기능력 향상을 목표로 한 기능성게임을 개발한 바 있다. 이 게임은 실제 학습효과가 입증되기도 했다. 성적 하위권인 1/3 학생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학습효과가 나타났고 이러한 패턴이 여러 번 반복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스텐퀼러 교수는 의학 분야 기능성게임인 ‘리-미션’(Re-Mission)의 예도 들었다.
‘리-미션’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기능성게임의 성공사례로 꼽히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 게임은 백혈병 환아치료를 위해 개발됐다. 이용자가 캐릭터를 조종해 암세포와 대결을 벌이게 된다.
그는 “실제 극적인 효과가 있었다”며 “어린 환아가 게임을 하고 난 뒤 약을 착실하게 복용하고 화학요법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등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스텐퀼러 교수는 신경과학계에서 내놓은 ‘폴디트’(Foldit) 기능성게임도 언급했다.
‘폴디트’는 다수의 이용자가 접속해 단백질 구조를 만들고 실제 실험실로 보내 어떤 구조가 좋은지 검증을 거칠 수 있도록 개발된 게임이다. 이 게임은 론칭 2년 후 과학자들의 놀라운 발견에 일조하게 된다. 일반 이용자들이 참가해 검증을 거친 3개의 단백질 구조가 전문학회지에 보도된 것이다.
스텐퀼러 교수는 “기능성게임을 통해 일반시민이 과학연구에 참여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면서 “이러한 단백질 구조들을 약품 등을 만드는데도 이용된다”고 강조했다.
◆기능성게임, 사업자가 긍정적 효과 입증할 수 있어야=그는 사례 소개에 이어 기능성게임 사업자를 위한 각종 조언을 내놨다.
스텐퀼러 교수는 “기능성게임이 상업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게임기법이 제대로 적용되고 당초 목표했던 긍정적 효과가 나오는 것을 사업자가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능성게임 개발 초기부터 목표를 확실하게 설정하고 비즈니스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백악관 정책특보로 일할 때 실제로 목표가 불분명한 게임을 많이 있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한 스텐퀼러 교수는 기능성게임의 마케팅에도 전문성을 갖출 것을 요구했다.
그는 “게임을 웹에 올리면 사람들이 자동적으로 찾을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며 “게임을 확산시키기 위해선 전문가에게 입소문 효과 등에 대해 물어야 하지만 실제로 이에 대한 토론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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