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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몰래 위치수집, 300만원만 내면 끝?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애플의 불법 위치정보수집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유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처벌수위가 너무 약해 사실상 면죄부에 다름이 없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방통위는 3일 사용자가 아이폰의 위치서비스를 ‘끔’으로 설정해서도 위치정보를 수집했다며 위치정보보호법 제15조 위반 혐의로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했다.

사용자가 ‘내 위치정보를 가져가지 말라
고 설정했음에도 이를 몰래 가져간 것은 엄청난 기만행위이다. 이용자는 자신에 대한 어떤 정보가 수집되는지 알 권리가 있다. 비록 애플측은 ‘버그’라고 해명했지만, 사용자 기만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이 같은 이유로 애플의 위치정보무단수집 문제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 이슈로 떠오른 바 있다. 미국에서는 이에 대한 청문회까지 열렸다.

하지만 사안의 중대함에 비해 과태료 300만원 부과는 처벌이라고 볼 수 없다. 애플의 회사규모에서 300만원은 그야말로 껌 값이기 때문이다. 처벌이 약하면 누구든지 이를 노리고 고의적으로 법을 위반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위치정보보호법은 사용자 동의 없이 위치 정보를 수집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규정하고 있다. 시행령에는 1차 위반시 300만원, 2차 위반시 600만원, 3차 위반시 1000만원으로 명시돼 있다. 이에 따르면 애플은 앞으로 두 번 더 법을 어긴다고 해도 1000만원만 내면 되는 것이다.

방통위는 애플과 구글이 수집한 위치정보를 암호화하지 않은 상태로 단말기에 저장한 행위에 대해서도 시정조치만 명령했다. 매출이 없기 때문에 과장금을 부과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애플과 구글이 위치정보를 통해 돈을 전혀 벌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구시대의 법 체계로 현실의 불법행위를 처벌하려다 보니 법과 현실의 괴리가 생긴 것이다.

때문에 이에 대한 법체계 개선과 보완이 절실한 상황이다. 스마트 시대 이전의 법으로는 스마트 시대를 규제할 수 없다.
누구라도 300만원만 있으면 사용자 허락 없이 위치정보를 수집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곤란하지 않은가.

방통위측도 법 개정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석제범 네트워크정책국장은 “과태료나 과징금 수준이 너무나 경미하다는 부분은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
”고 말했다.

법 개정 필요성에 공감대가 생겼으면, 최대한 빠른 처리가 필요하다.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있어 국회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자칫 지체할 경우 자칫 다음 정부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방통위의 발빠른 행보를 기대한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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