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코리아가 인메모리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들고 나왔다. 기존 인메모리 DB와는 얼핏 비슷하지만 그 타겟과 로드맵 자체는 차원을 달리한다.
SAP는 인메모리 컴퓨팅 기술을 통해 기존 DBMS 지향적인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바꿀 태세다. 이는 다시 말해 오라클이 지배하고 있는 기업용 IT시스템 시장을 근간에서부터 뒤집어엎겠다는 것이다.
기존 인메모리 DB가 DBMS를 메모리 위에 얹은 것에 불과하다면 SAP의 인메모리 컴퓨팅은 DBMS 뿐만 아니라 어플리케이션에 이르는 모든 솔루션들을 메모리에 설치, 혹은 연동시켜 처리속도 등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향후 디스크 기반의 애플리케이션 설치보다는 메모리 기반의 애플리케이션 설치 및 지원이 기업용 IT솔루션 시장의 대세로 굳게 만들겠다는 것이 SAP의 전략이다. 이는 막강한 DBMS 시장 점유율을 기반으로 기업용 IT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오라클에 대한 SAP의 반격으로 볼 만 하다.
재미있는 것은 SAP의 HANA 프로젝트가 성공하게 되면 메모리 업체들도 동반 성장하게 된다는 점이다.
SAP코리아 형원준 사장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서도 HANA 프로젝트를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며 “인메모리 컴퓨팅이 활성화되면 그만큼 메모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메모리 용량과 디스크에 비해 고가인 가격이 문제지만 메모리의 직접 속도와 가격이 반비례하면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메모리 기반의 IT시스템 구성이 보편화될 것이라는 게 SAP의 전망이다.
물론 SAP의 HANA 프로젝트가 단기간에 완성되기는 힘들다. SAP 스스로도 자신들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오라클 DBMS를 HANA로 대체하는 데 3-4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SAP의 어플리케이션을 HANA 기반으로 운용하기 위한 변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발 우선순위로는 작업속도 및 응답속도가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나 데이터웨어하우스(DW) 분야를 우선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SAP가 기존의 기업용 솔루션 시장의 생태계를 바꿀 수 있을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SAP는 국내에서만 대기업의 80%를 자사 ERP 고객으로 가지고 있다. 기업의 핵심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 ERP 시스템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무수한 연결 애플리케이션과 파트너들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바탕으로 점차적으로 인메모리 컴퓨팅을 확산시키겠다는 것이 SAP의 전략인데 과연 SAP의 전략이 성공하게 되면 다른 경쟁사들이 가만히 있을 것이냐는 점에서는 아직은 의문이다.
물론 오라클의 경우 기존 DBMS 시장을 지키기 위해 수성에 총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SAP의 HANA프로젝트는 성공을 전제로 한다면 전체 기업용 솔루션의 생태계를 전환하고자 하는 전략측면에서는 의문이지만 전술면에서는 오라클을 견제한다는 목적에서는 성공적으로 풀이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의 예를 들긴 했지만 최근 글로벌 업체들, 예를 들어 SAS를 비롯해 국내 알티베이스까지 인메모리 컴퓨팅, 메모리에 기반한 서비스를 연이어 선보이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메모리 기반 컴퓨팅 파워의 효과가 확실히 입증된다면 향후 하드웨어의 진화는 메모리 사업이 주도할 것으로도 보인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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