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에이서가 29만9000원이라는 ‘파격적 가격’에 넷북을 판매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주인공은 아스파이어원 D255 모델입니다. 이 제품 사양은 이렇습니다. 인텔 아톰 프로세서 N450, 10.1인치형의 LCD(1024×600), DDR2 1GB 메모리, 250GB 하드디스크, 6셀 배터리 등입니다.
확실히 저렴합니다. 최근 비슷한 사양의 넷북 가격이 30만원대 초중반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은 충분히 갖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에이서가 이 제품의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비결은 운영체제에 있습니다. 윈도 대신 리눅스가 탑재됩니다. 윈도는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구입해야 하는 만큼 이를 제외하면 그만큼 비용이 빠진다는 점을 이용한 것입니다.
PC 업계는 이렇게 저렴한 넷북을 내놓은 에이서에 대해 볼멘소리를 늘어놓습니다. 저렴해 보이나 사실은 저렴한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윈도가 탑재되면 시중에서 판매되는 넷북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한결 같은 주장입니다.
윈도7 스타터 버전(넷북용)의 가격은 정확하게 알려지진 않았으나 5만원 내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29만9000원에 5만원을 추가하면 결국 일반 넷북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고사성어는 이럴 때 쓴다고 합니다.
또한 국내의 경우 윈도를 쓸 수 밖에 없는 환경인 걸 알면서도 이처럼 저렴해 보이는(실제로는 저렴하지 않은) 가격을 내세우고 “OS는 소비자가 알아서 설치하시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판매 방식이라는 지적입니다. 에이서의 이 같은 판매 방식이 윈도 OS의 불법 복제를 조장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에이서 측은 “리눅스를 사용하는 고객이 국내에도 늘어났고, 윈도가 굳이 필요 없는 이들을 위한 제품”이라며 “불법 복제를 조장한다는 등의 주장은 확대 해석”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리눅스를 쓰는 이들이라면 윈도 OS의 라이선스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에이서가 리눅스 사용자를 위해 이 제품을 내놓았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온라인을 통해 이 제품을 단독으로 판매하는 용산 에이서의 총판 메인CNS는 “PC A/S 업체를 찾아가면 3만원 정도에 (불법으로)윈도를 깔아준다”고 말했습니다. 이 업체의 온라인 판매 페이지에는 ‘USB 메모리로 윈도XP 설치법’도 올라와 있습니다. 윈도를 쓸 것이라면, 가격을 따져봐도 타사 넷북을 구입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한국MS의 한 관계자는 이들 용산 총판 업체들의 라이선스 위반 행위가 종종 포착된다고도 말했습니다.
공정 경쟁 혹은 출혈 경쟁이 펼쳐지면 소비자는 제품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니 이득입니다. 그러나 에이서의 이 같은 판매 방식은 공정 경쟁 혹은 출혈 경쟁이 아니라 시장의 물을 흐리는 행위라는 것이 저와 PC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입니다.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이득도 없습니다. 에이서는, 어떻게든 노트북 몇 대 더 팔아서 수익만 챙기겠다는 이미지로는 국내 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들 것입니다.
[한주엽기자 블로그=Consumer&Prosu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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