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윈도 모바일 6.5 운영체제(OS)의 경험을 떠올리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영영 모바일 시장에서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관련 스마트폰을 써왔던 입장에서, 다소 심하게 표현하자면 이건 똑똑한 스마트폰이 아니라 (상대적으로)멍청한 폰이었다.
윈도 모바일 6.5는 배터리를 꼈다 빼는 일이 손에 익을 정도로 오류가 잦았다. 삼성전자 같은 제조사가 UI를 직관적으로 만들어 올려도 운영체제 자체가 워낙 무겁고 느렸던 탓에 효과를 보지 못했다.
아이폰 만큼은 아니지만 아이폰 UI와 비슷한 모양새, 비슷한 속도를 내 준다고 알려진 유료 애플리케이션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그러나 이런 마음을 가지고 윈도폰7을 만져보면 ‘놀랍다’며 탄성을 내지를 지도 모르겠다.
12일 개막한 전자산업대전 전시회에서 LG전자는 윈도폰7 운영체제를 탑재한 옵티머스7 스마트폰을 일반에 전시했다.
영문으로 나오는 해외 모델이지만 1시간 가량 만져보니 윈도폰7의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생각. 우선 빠르다. 손가락 움직임에 화면이 착착 붙어 생각대로 움직인다. 프로그램을 터치하면 곧바로 화면이 나타날 정도로 속도도 빠르다. 아이폰에서 얻을 수 있었던 손 끝 경험을 윈도폰7에서도 그대로 얻을 수 있었다.
MS는 이런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존 윈도 모바일 OS를 버리고 하나부터 열까지 새롭게 모든 것을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윈도폰7만의 독창적 UI는 첫 10~20분간은 다소 어색했지만 쓰면 쓸수록 편하다는 느낌이 줬다. 안드로이드폰, 그리고 아이폰의 그것과는 차별된다. 라이브 타일로 불리는 윈도폰7의 첫 화면은 내가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다. 윈도폰7은 이 라이브 타일에서 뉴스나 약속, 친구들의 온라인 접속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해 준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한주엽이라는 사람의 개인 사진을 라이브 타일로 만들어 두면 이 사람이 트윗을 날리거나 페이스북에 새로운 글을 올렸을 시 사진 위로 통통 튀는 효과가 나타나며 이를 알려주는 것. 소셜미디어서비스가 스마트폰의 킬러앱으로 자리를 잡은 가운데 윈도폰7의 이 같은 독창적 UI는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라이브 메신저와 빙 검색 등이 UI와 유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쓰임새를 높여주고 있다. 다만 기본 검색 엔진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도록 앞으로는 설정 메뉴도 추가해야 할 것이다.
XBOX 아이콘을 누르니 몇 종의 게임이 나타났다. 게임을 즐겨보니 휴대 게임기의 역할도 충분히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MS는 윈도폰7을 게임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XNA 프레임워크를 얹었고, 이를 통해 기존 XBOX용 게임 개발사가 보다 쉽게 모바일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배려했다. EA 등 많은 게임 업체가 관련 게임을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국내서는 서비스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아이튠스와 비슷한 음악 서비스인 준(JUNE)도 윈도폰7의 멀티미디어 경험을 높여주는 요소 중 하나다.
MS판 앱스토어인 마켓 플레이스에는 아직 등록된 애플리케이션 숫자가 많지 않다. 대략 20개 정도가 올라와 있었다. 그러나 MS가 수많은 개발자를 대동하고 있고 개발자를 위한 지원 능력이 앞서 있는 만큼 앞으로 앱의 숫자는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윈도폰7을 이리저리 만져보니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이 OS를 얹을 경우 각사 제품간 차별화를 꾀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점은 안드로이드와의 경쟁에서 큰 변수가 될 것이다. 지금 스마트폰 사업이 PC처럼 바뀐다면 제조업체로 돌아갈 몫은 적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됐건 올 연말 10종의 윈도폰7 단말기가 전 세계에 출시된다. MS의 반격은 시작됐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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