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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클럭커의 계절이 온다 ⑥]파워서플라이, 전압공급으로 오버클럭 뒷심 보탠다

[디지털데일리 이대호 기자]컴퓨터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파워서플라이(Power Supply Unit, 이하 PSU)’는 오버클럭킹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정규클럭을 높여 사용하는 오버클럭 상태에서는 아무래도 시스템의 안정성이 떨어진다. 때문에 CPU와 그래픽카드 등의 부품에 전압을 공급해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PSU의 중요성은 여기서 한층 더해진다.

CPU는 PSU의 ‘+3.3v’, ‘+5v’의 전압으로 구동된다. 이 전압은 메인보드의 전원부 회로를 거쳐 정제된 상태로 CPU에 들어가므로, 전압의 안정적 공급에는 PSU 뿐만 아니라 메인보드의 품질도 중요하다. 특히, PSU의 ‘+12v’전압은 전력소모량이 점차 높아지는 CPU 및 그래픽카드의 보조전원과 HDD, ODD 등의 모터구동부를 가진 부품에 공급되므로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요즘은 커뮤니티나 벤치마크 사이트에서 각종 부품들의 성능이 공개되면서, PSU는 제품 간 품질차이로 인해 브랜드 제품의 득세가 심해졌다. 오버클럭커들은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각 출력단의 전압변동률이 적고 보다 높은 출력을 낼수 있는 고급 PSU를 쓴다. 이러한 제품은 대부분 ‘80 PLUS’란 인증마크를 받고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관련기사 참조)

◆껍질속의 제대로 된 출력을 눈여겨보라=파워유저나 오버클럭커들은 업체가 내세우는 PSU의 출력 수치 등을 그대로 믿지 않는다. 괜찮은 제품도 있지만, 실제와 다르게 이론상의 수치로 포장한 제품이 많다. 오버클럭커들은 CPU와 그래픽카드의 한계를 시험하다보니 PSU의 뒷받침이 상당히 중요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커뮤니티에서 유저들이 사용해보고 성능이 입증된 제품위주로 구매한다.

파워서플라이(PSU) 겉면을 보면, 한눈에 들어오는 문구가 있다. ‘500W’, ‘600W’ 출력이란 표시인데, 오버클럭커는 전체 출력보다 CPU로 들어가는 ‘+3.3v’와 ‘+5v’의 출력을 합한 값인 ‘컴바인드 출력(Combined Power)’을 눈여겨본다.

예를 들어, 두 전압의 순간 최대전류가 ‘25.0A’라고 본다면 PSU의 컴바인드 출력은 207W정도 된다. 보통 표기된 수치는 각 전압 출력단의 최대전류를 곱한 이론상의 수치일 뿐, CPU의 구동에는 두 전력이 동시에 들어가게 되므로 실제 출력은 더 작아진다.

컴바인드 최대출력도 정해져 있으므로 ‘+5v’의 출력이 커지면, ‘+3.3v’ 출력이 그만큼 작아진다. 때문에 오버클럭시 CPU의 전력소모가 200W를 넘거나 각 전압단의 출력이 한계에 다다르면, 컴바인드 출력이 부족한 PSU는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내부 콘덴서가 터지기도 한다.

PSU의 정격 출력이 500W라면, 위의 컴바인드 출력을 뺀 나머지의 대부분이 +12v’의 출력이다. 각종 부품들이 성능이 높아지고 전력소모가 많아지면서, ‘+12v’ 출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인텔에서 제안하는 V2.2 PSU 규격(Power Supply Design Guide)에선 ‘+12v’의 다중출력 기능을 포함하는 등 전력소모가 늘어나는 요즘 추세를 적극 반영했다.

요즘 일부 그래픽카드는 최대전력소모가 200W에 달한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PSU의 전체 출력도 덩달아 높아져 점점 고용량 PSU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파워유저들은 오버클럭킹 뿐만 아니라 실사용할 때에도 고용량보다는 안정성과 효율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즉, PSU를 구매할 땐 쉽게 보이는 전체 출력보단 제대로 된 출력과 품질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내엔 하드코어 오버클럭커가 설 땅이 없다=웹상에서 ‘NotBad’로 활동하고 있는 한진섭씨는 1999년 펜티엄3 700MHz를 1GHz로 오버클럭하면서 흥미를 느껴 이쪽 분야에 발을 딛게 됐다. CPU ‘슈퍼파이 1M’부문 세계기록을 세우고 국내 오버클럭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실력도 수준급이다.

오버클럭 외에도 자동차튜닝, 오디오 등의 다양한 취미를 가진 그는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기록을 양산해야 하는 하드코어 오버클럭이 국내에선 아직 어렵다는 얘기를 털어놨다.  

해외의 커뮤니티나 오버클럭커에겐 공식스폰서가 있어 지속적으로 부품지원을 하지만, 국내 오버클럭커에겐 그나마 업체의 지원받는 부분도 단발성의 행사가 대부분이라 활동을 유지하기 힘들다.

한진섭씨는 “국내에 활동하는 몇 안 되는 하드코어 오버클럭커들은 모두 사비를 털어 활동을 하고 있다”며 “최근엔 CPU가 100만원이 넘고, 그래픽카드가 60만원에 육박하면서 이러한 어려움은 훨씬 커졌다”고 토로했다.

기록양산을 위해선 CPU나 그래픽카드를 1개만 구매해서 오버클럭하지 않는다. 부품에 따라 엄연히 수율이 존재하기에, 좀 더 좋은 기록을 위해선 10개 이상씩 구매해서 오버클럭을 한 후 수율이 가장 나은 것으로 선택한다. 나머지 9개는 다시 커뮤니티를 통해 판매를 하지만, 이 같은 방법을 지속하기도 형편상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1999년부터 오버클럭을 시작한 나의 경우가 국내 오버클럭의 초창기라고 말할 수 있다”며 “국내는 오버클럭 역사가 짧아, 관련 시장이나 문화가 아직 성숙치 못한 탓에 오버클럭커들이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일본엔 ‘뉴비틀’이란 아이디로 활동하는 나이 마흔을 훌쩍 넘긴 하드코어 오버클럭커가 있다. 실력도 세계정상급인 그는 직업이 교사이다. 이처럼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다 또한 팀을 이뤄 오버클럭을 즐기는 일본은 세계시장에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한진섭씨는 “국내에도 이 같은 문화가 정착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업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오버클럭이 널리 퍼져 주변에서도 하나의 취미로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정착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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